TV옴부즈맨 自社프로그램 홍보.변명급급-본래취지 어긋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TV방송 3사가 시청자들의 의견및 불만 사항을 수렴,방송에 반영하기 위해 마련한「TV옴부즈맨 프로」가 본래의 취지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다.
그동안 지나친 시청률 경쟁으로 프로그램 저질시비를 불렀던 방송사들은「시청자 주권시대」를 표방,지난달 24일부터 매주 1회「TV옴부즈맨 프로」를 내보냈으나 시청자들의 불만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자세는 보이지 않고 자사 프로 홍보나 변 명에만 급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먼저 방송사가 시청자 참여를 전제로한 이 프로를 일요일 아침이른 시간이나 심야등 시청률이 낮은 시간대에 편성해 놓은 것이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MBC-TV의『TV속의 TV』가 일요일 아침 7시40분에,SBS-TV의『TV를 말한다』가 일요일 밤 11시55분에 각각 편성되어 있으며 KBS제1TV『시청자 의견을 듣습니다』도 일요일 오후5시에 방송되고 있다.
SBS-TV의 경우 이 프로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광고없이내보낸다고 해서 민영방송 최초의「自局 프로그램」이라고 홍보했으나 시청자가 보기 어려운 시간대에 편성함으로써 그같은 선의를 스스로 약화시킨 꼴이 되었다.
3개 방송사는 또 공통적으로 시청자들의 불만에 대해 진취적인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소극적으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지난달 31일 방송된 MBC-TV『TV속의 TV』에서는 어린이 프로『뽀뽀뽀』가 성인프로를 흉내내고 오락적으로 흐른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답변에 나선『뽀뽀뽀』담당PD는 미리 준비해 온 두꺼운 대본을 내보이면서『이만한 양을 녹화하려면 오후 2시에 시작해도밤 11시나 돼야 끝난다.작가 5명으로 이 프로를 꾸려가다보니힘이 든다』는 식으로 변명을 했다.
또 같은날 방송된 SBS-TV의『TV를 말한다』에서도 탤런트들의 드라마 중복 출연에 대해서『일본에서는 연기자발굴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가 5천개나 되는데,우리나라에서도 좋은 회사가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구체성이 결여된 대답을 했다.
옴부즈맨 프로가 각사 프로홍보에 이용되다보니 기존의 오락성 프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14일 방송된 KBS제1TV의『시청자 의견을 듣습니다』에서는노영심이 일일 상담원으로 일하는 모습을 상당시간 내보냈다.노영심과 통화하는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를 언급,시청자들의 입을 빌린 프로홍보가 된 셈이다 .
이날 프로에서는 또 시청자들의 의견과는 관계없는『가요톱 10』의 순위 집계 방식에 대한 소개도 했다.
지난달 31일 MBC-TV의『TV속의 TV』프로에서는「보여주세요」라는 코너에서 방송제작 궁금증을 풀어준다는 명분으로 자사드라마『폭풍의 계절』 촬영현장을 찾아가 여주인공 인터뷰까지 방송했다. 자사 홍보의 대표적인 경우는 14일 방송된 SBS-TV의 1시간짜리 창사특집『TV를 말한다』.
이 프로에서 SBS측은 여론조사를 바탕으로「SBS 8시 뉴스시청상황」「SBS를 시청하는 이유」「SBS-TV의 질적향상 정도」등 여러항 을 통해 자사 프로홍보에 급급했다.
〈鄭命鎭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