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회원 각국의 입장-경협 한목소리 목표는 제각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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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일본은 지난 80년대 미국과의 통상마찰이 점차 고조되면서 아시아경제권의 성립이나 아시아와 태평양을 포괄하는 경제협력기구의설립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다만 일본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경제협력이 진전되는 것을 지지는 하되 APEC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상당히 신중한 자세를 보여왔다.그것은 APEC가 미국이나 중국.한국등 일본과 경쟁적인 국가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기구이고 일 본측이 깊게관여하고 있는 ASEAN국가들이 APEC의 확대를 경계의 눈초리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은 ASEAN이 「아시아만의 경제협력 강화」를 추진하는데는 반대하는 입장이며 태평양지역과 北美洲까지 포괄하는 APEC체제의 중요성은 매우 큰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이는 아시아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안보적 역할과 일본을 포함 한 아시아 국가들의 미국시장 의존도가 매우 크기 때문에 어떤 점에서는 불가피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국이 주장하듯 APEC를 자유무역지대 또는 경제공동체로 발전시키는 것은 일본의 무역흑자 감축요구를 거세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경계,「부문별 점진적 협력」이 「회원국간정책협조」로 확대되는 것에는 소극적이다.
APEC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아시아-태평양지역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는 말로 요약된다.장기적으로는 APEC를 주도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이는 중국의 시장경제로의 개혁이 주로 아시아와 미국이 주요 투자국 이며 주요 수출대상국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중국은 아직 관세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어 국제교역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
APEC가 아시아-태평양지역을 무대로 한 GATT와 같은 기구로 발전하게 되면 이러한 제약을 상당정도 해소할 수 있 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APEC는 중국이 경제발전을 계속하는데 필수적인 아시아 지역의 정치적 안정에 크게 도움이 되며 天安門사건 이후 계속되고 있는 미국의 견제를 완화할 수 있는 방편이 될 것이라는 정치적 판단도 중국이 APEC를 중시하는 이유다.
***ASEAN 경제발전수준이 비슷한 ASEAN 6개 회원국들은 자신들을 중심으로하는 아시아 경제공동체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APEC가 강화 확대되는 경우 ASEAN이 경제공동체로 확립하는데 장애가 될 것이라는 점 때문에 APEC를 자유무역기구로 ,나아가 경제공동체로 발전시키려는 미국의 의도에 가장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ASEAN회원국중 미국에 가장 강력히 반발하는 것은 말레이시아와 泰國.특히 모하메드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는 시애틀 정상회담 불참을 선언,미국입장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그러나 美軍기지 철수 이후 소원해진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희 망하는 필리핀이나 미국과의 교역으로 큰 이익을 보고 있는 싱가포르는 미국이 APEC를 주도하는데 반대하지 않는 입장이다.인도네시아는 상대적으로 미국 입장에 적극적인 반대는 하지 않고 있다.
ASEAN회원국들이 APEC에 대해 공동으로 갖는 입장은 APEC가 어디까지나 경제협력을 위한 정부간 협의체 수준에 머무르고 관세동맹과 같은 구속력 있는 기구로 나아가는데 반대한다는것이다. ***濠洲.뉴질랜드 유럽공동체(EC).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ASEAN등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블록화 경향에서 소외될 것을 우려하는 두 나라는 APEC를 매우 중시하고있다.특히 APEC창설을 주도한 濠洲는 폴 키팅 총리가 「아시아와의 일체 화」정책을 선언하면서 아시아 중시정책을 쓰는 것등에서 보듯 APEC가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지켜주는 유일한 대안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두 나라는 APEC를 자유무역지대로 만들자는 미국의 주장은 시기상조며 회원국들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점진적인 협력을 중시하는 입장이다.
〈康英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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