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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듣기에 약한 중국어 교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이(一)얼(二)싼(三)쓰(四)…」 「니하오(니好,안녕하십니까)」.周潤發의 영웅본색,王祖賢의 천녀유혼,林靑霞의 동방불패등국내에서 대히트를 기록한 홍콩영화들로 인해 낯설지 않은 中國말들이다. 웬만한 코미디언들이면 中國式 四聲을 넣어 제법 그럴듯한 억양으로 「지우밍아(救命아,사람살려요)」를 외치고 「워아이니(我愛니,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를 속삭이기도 한다.
같은 漢字圈으로 친숙하기도한 中國語에 대한 韓國人들의 실력은과연 어느 정도일까.
韓中수교 1주년,교역상대국 제3위로 올라선 11억 인구의 시장 中國과의 급증하는 무역량등 거센 中國붐속에 지난 9월26일국내에서 처음 실시된 中國語평가시험,즉 中國漢語水平考試(HSK)의 성적이 최근 발표돼 관심을 모았다.HSK는 中國 국가교육위원회령에 의거,외국인과 中國내 少數民族들을 대상으로 한 국가차원의 中國語수준 측정시험으로 中國대학이나 대학원에 진학할때 유학생들에게 요구되는 中國語수준 證書가 발급된다.美國의 토플과유사한 성격의 이번 시험에는 총4 백21명(남2백22,여1백99명)이 응시,3백10명이 等級別(초급-3.4.5급,중급-6.
7.8급)로 證書를 취득해 이미 HSK를 3회째 실시한 日本과비슷한 73.6%의 합격률을 보였다.
그러나 비교적 높은 합격률에도 불구하고 그릇 된 韓國式 외국어교육의 고질적 병폐가 또다시 드러나 관계자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대부분 중문과인 학생층이 2백8명(49.4%),직장인 1백53명(36.3%)등 비교적 어느정도 중국어를 구사한다는 이들 응시생들은 총 4개항목중 독해에서 평균 69점으로 최고점수를 기록한반면 듣기에선 이보다 무려 23점이나 뒤지는 46점에그쳤다(문법 58점,종합 55점).이번 시험에서 3백56점(4백점 만점)으로 국내인중 최고점수를 획득한 朴美貞씨(덕성여대 중문과4년)또한 독해에선 96점을 받았지만 듣기에선 80점에 머물렀다(1등은 서울대에 재학중인 홍콩 人 林尙龍씨의 3백58점). HSK한국위원회의 李充陽위원(고려대교수)은『언제까지 책만 볼것인가.벙어리를 양산하는 현재와 같은 교육방법을 대폭 개선,말문을 트게 해야한다.학문연구도 중요하지만 무역과 같은 경쟁세계에서 앞서 갈수있는 언어구사 능력배양의 교육이 절 실하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일본등 선진국들과 치열한 경제다툼을 벌이는 우리에게시사하는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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