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팔리는 환경상품(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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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쓰비시(삼릉)라면 일본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대기업그룹에 속한다. 중공업 제품에서 국민학생 학용품에 이르기까지 생산품은 다양하다. 이 거대그룹에서 작년 여름부터 「리사이클(Recycle) 연필」이라는 환경상품을 개발해 시판하기 시작했다. 목재자투리·폐지·골판지 폐기물로 연필의 축을 만들었다. 천연의 흑연 대신 철광석에서 철분을 추출하고 남은 찌꺼기를 정제해 심으로 이용했다.
이 폐자원 재활용 연필이 기존의 연필보다 품질면에서 우수할리 없다. 그러나 일본정부가 환경마크를 허용하면서부터 소비수요가 급증해 기존 연필의 1.6배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자원절약과 환경보전 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구매에 나섰기 때문이라 한다.
대부분의 서구 선진국에서 실시되고 있는 환경마크제도는 경제성장에 비례해 발생하는 환경문제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높이고,국민의 소비생활을 환경보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따라서 이들 국가의 소비자여론은 60∼80%가 값이 좀 비싸더라도 환경마크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다.
우리도 작년 하반기부터 환경마크제도가 실시되고 있다. 56개 업체 1백40종의 제품이 환경마크를 획득했다. 예컨대 재생종이를 사용한 공책,프레온가스를 사용하지 않은 스프레이,흙속에서 분해되는 플래스틱제품 등이 현재 시판되고 있거나 개발중이다. 그러나 제품은 잘 안팔려 생산중단 상태이고,개발중인 품목은 판로가 걱정돼 개발중단 위기에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환경마크제도는 있으나 마나고,「환경보전」도 공염불이나 구두선에 그치고 만다.
환경마크란 상품의 품질이나 안전성이라는 소비자의 직접적인 이익만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한걸음 더 나아가 환경보전과 자원절약이란 보다 궁극적인 목적의 실현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국민들의 자발적인 협조와 참여가 절실한 것이다. 정부나 사회단체들도 환경마크제품의 구매와 홍보에 좀더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설혹 환경상품을 사려해도 어디서 파는지 알 수 없을 정도의 소극적인 홍보나 판촉자세로는 환경마크제도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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