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자유화반걸음앞서간다>5.국민생명-차등금리 첫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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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보험업계도 2단계 금리자유화로 고민이 커졌다.
생명보험회사들은 그동안 저축과 보험을 겸한 高금리의 저축성 보험상품을 개발,돈을 끌어모아 은행 돈을 꾸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비싼 금리에 대출해주는 식의 영업으로 高速성장을 구가했으나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저축성 보험의 금리는 여전히 묶여 있어 이번에 금리가 자유화된 다른 금융기관의 장기예금 상품과 싸움을 벌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2단계 금리자유화가 시행되자 대형사도 아닌 중위권의 國民생명이 先手를 치고 나왔다.
대다수 보험사들이 약속이나 한듯 비슷한 대출금리를 내놓은데 반해 유독 국민생명만이 다른 금리체계를 들고 나온 것이다.
국민생명은 약관대출금리와 유망중소기업 대출금리를 다른 회사보다 0.5%포인트 낮췄다.또 일반대출금리의 경우 타사는 일률적으로 연12%를 적용하기로 했으나 이 회사는 신용등급에 따라 9~13%로 차등을 두었다.
이 회사가 이처럼 기다렸다는듯이「다른 길」을 걷는데는 충분한배경이 있다.
89년 은행.단자 출신들이 주축이 되어 출발한 국민생명은 외형 성장보다는 실속을 중시하는 영업을 지향해왔다.초기부터 당장「먹기좋은 떡」인 저축성보험보다 금액 규모는 적지만 收支가 괜찮은 보장성 보험 수신을 강화했다.때문에 이 회사 의 수신중 보장성보험 비중은 40%로 업계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또 자산운용에서도 담보위주 대출에 안주하지 않고 기업의 실제자금흐름을 중요시하는 독특한 심사기법을 개발,착실한 위험관리를해오는 한편 신용대출을 과감히 늘려나갔다.
이런 일들이 가능한 것은 이 회사의 경영 스타일이 순발력있는단자사를 닮았기 때문.
여신심사위원회라는 것이 그 例.대출심사와 자산운용 방침을 결정하는 기구인데 구성원은 사장.이사.담당부장.과장.실무직원등 5명에 불과하다.이들은 한명이라도 반대하면 부결되는 만장일치제를 채택하고 있다.그만큼 의사결정 과정이 공평하고 신속하다.
이 회사의 기업대출중 신용대출 비율이 93%나 되는데도 부실채권이 없는 것은 까다로운 심사와 함께 이런 의사결정 과정이 뒷받침된 탓이다.
대출기간.금액.신용등급에 따라 금리를 달리하는 금리밴드제 도입,우량기업에 대한 계열사 상호지급보증 폐지를 업계 처음으로 해낸 것도 여신관리에는 자신이 붙었기 때문이다.李定祚 자산운용부장은『장기적으로는 금융기관간 금리차이가 없어질 것으로 본다』며『앞으로 대출절차를 간소화하고 신용대출을 더욱 확대하는등 비가격 경쟁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李在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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