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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중시” 태도바꾼 미국(APEC 새아태시대를 연다: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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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경제뿐 아니라 정치·안보도 중요”/UR·무역적자 해소등 카드활용
지난 4일 워런 크리스토퍼 미 국무장관은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올 연말까지 미국 대외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비준,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APEC) 정상회담,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 등이라고 제시하면서 특히 『미국의 이익을 위해 아시아태평양지역 만큼 중요한 지역은 없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토퍼 장관은 또 아시아태평양지역이 중요한 것은 이 지역 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므로 미국의 수출과 고용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뒤늦게 참여의사
실제로 미국의 대외교역중 아시아태평양지역과의 교역은 40%를 넘어서고 있으며 지난해 미국은 이 지역에 1천2백억달러를 수출했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지역과의 교역량은 유럽국과의 교역량을 50% 이상 초과한 것이다.
미국의 이같은 인식은 지난해까지는 거의 드러나지 않았던 일이다.
미국은 지난 89년 당시 호주 보브 호크 총리가 APEC 창설을 제안하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뒤늦게 참여의사를 밝히는 등 소극적이었으며 주로 UR 협상 타결을 위한 보조적 도구내지는 일본에 의한 아시아지역 장악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자는 의도에서 APEC에 참여했다.
그러나 UR 타결이 지연되고 유럽공동체(EC)가 지난 91년 유럽동맹조약(마스트리히트조약)을 체결하는 등 블록화 경향이 강화되면서 미국은 아시아태평양지역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APEC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은 무역적자가 대부분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국가와의 교역을 통해 발생하고 있어 아시아지역의 무역자유화가 진전되면 미국의 무역적자가 크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배경에서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지난 7월 동경 서방선진 7개국(G7) 정상회담 당시 와세다대학 연설을 통해 신태평양 공동체 구상을 밝히기에 이르렀다.
이는 느슨한 경제협의체인 APEC을 보다 효과적이고 응집력있는 기구로 전환시킴으로써 미국의 주도하에 역내 무역과 투자를 자유화하려는 구상이다.
○TIC 설치 제안
미국은 신태평양 공동체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초석을 마련한다는 뜻에서 이번 회의에서 무역투자 자유화를 위한 공동선언을 채택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실무기구로서 무역투자위원회(TIC)를 설치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미국은 이런 구상 아래서 APEC 사상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끈질기게 추진,이번 회담을 성사시켰다.
클린턴은 한국방문때 APEC 지도자회담을 제안하면서 그 취지를 ▲21세기를 향한 도전과 과제 ▲미국과 APEC 회원국들의 현안 해결방안을 자유스럽게 논의한다는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미국의 APEC에 대한 관심은 경제적 측면만이 아니라 정치적·안보적 측면에도 집중되고 있다.
윈스턴 로드 미 국무차관보는 최근 한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지역과의 관계는 유럽과의 관계 이상으로 중요한 전략관계가 됐다』고 단언한바 있다.
이는 1차적으로 아시아지역과의 경제교류가 크게 는데 따른 인식의 변화인 것으로 보여지지만 냉전시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중심으로 한 유럽과의 협력관계가 냉전종식후 서유럽에 대한 안보위협이 제거되는 한편 유럽통합이 크게 진전되면서 양자의 관계가 삐걱거리는데 따른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UR 타결 막바지에서 나타나고 있는 미국과 EC간의 농산물 수입관계의 갈등으로 표출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유럽과의 불편한 관계를 APEC을 통해 만회하고 이를 통해 유럽쪽으로 우회적인 압력을 넣으려는 것이다. 세계 지도국으로서 미국의 전략인 것이다.
이밖에 이번 회담에서는 지난 89년 천안문 사건이후 냉각상태가 된 중국과의 관계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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