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있는고향>망상 해당화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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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동해 망상해변과 양양 낙산사에서 하조대로 이어지는 30리 백사장은 연어의 고향 남대천변과 더불어 해당화 자생지로 유명하다. 명사십리 하면 의당 해당화가 연상될 만큼 동해안 백사장을 아름답게 수놓던 해당화.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활엽수인 해당화는 매괴화(매塊花).필두화(筆頭花).배회화(徘徊花).적미미(赤薇薇)등의 이명으로 불리며해마다 5~7월이면 이곳 동해안 백사장을 따라 수㎞씩 해변 울타리를 이루고는 붉은 꽃을 피워올린다.혈행을 순 조롭게 하고 어혈(瘀血)을 풀어주는 효능이 있어 당뇨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효험이 있다.그 기미는 따뜻하고 단맛이 나면서 약간은 쌉쌀하다.진통과 소종의 효능도 아울러 지니고 있다.
따라서 한방에 의하면 갈빗대 부근이 결리고 아픈 협통(脇痛),습한 곳에 오래 기거하다 보니 생기는 뼈마디가 욱신욱신 쑤시고 저리는 풍습(風濕),뇌척수장애로 인해 신체가 마비되고 감각과 행동에 지장을 초래하는 풍비(風痺)등을 다스리 는데 해당화는 효험이 있다고 한다.아울러 마음이나 기의 순환이 순조롭지 않아 생기는 기체증(氣滯症:氣痛症이라고도 함)을 치유하는 능력이 있다.여성의 월경불순.대하.토혈.젖병(일명 유방염)에도 좋다.차거리로 쓸 해당화 꽃잎은 초여름 꽃이 피기 시작할 때 채취해 음건한 후 미온의 불길로 약간 덖어서 건조시키도록 한다.
일교차가 심하고 한기가 으슬으슬 사람을 위축시키는 요즘같은 때귀한 손님 청해놓고 더운 물에 우려내어 마시는 해당화차는 달착지근한 맛과 은은한 향이 일품이다.
약으로 쓰기 위해서는 꽃술을 담가 마시기도 하는데 이때 열매를 함께 넣어도 좋다.
동해 바닷물에서 미역감으며 어린시절을 보낸 최숙연씨(강릉 경포비치호텔 근무)에 의하면 잘 마른 해당화 열매를 속에 넣은 베개를 베고 자면 두통이 말끔히 사라지고 온몸이 가쁜하다 하여이곳 바닷가 마을 사람들은 곧잘 해당화 베개를 만들어 사용한다고 한다.가을이라 만산홍엽을 감상하는 산행도 좋고,신선한 회를찾아 바닷가를 방문하는 것도 인생의 한 즐거움이지만 이번주에는창주(滄洲)를 향해 낚싯대없는 배 한척 띄우고 세상 일을 잠시라도 잊어보는 한유를 망상 넓은 백사장에서 실현하기를 권하고 싶다. 延昊鐸〈관동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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