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찬 한국화 6번째 개인전-黑의 번짐 한지에 담아 은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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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고려시대 배면불화법을 이용한 한국화 작업으로 독특한 조형언어를 구축하고 있는 한국화가 권정찬씨(39)의 제6회 개인전이 조선화랑 청담전시장((516)3437)과 조선호텔전시장((755)8601)에서 열리고 있다(20일까지).
자연스럽게 잔주름이 진 화면에 은밀히 배어나는 墨의 번짐으로오랜 정취를 담아내는데 성공한 그의 작품들은 청색.녹색.노란색의 채색이 한데 어우러져 감각적인 신선미도 더해준다.
장판지로 쓰였던 두꺼운 한지를 화판삼아 둥근 산과 호수를 주모티브로 해 물고기.연꽃.집.나무.오리등 여러 소재들을 극도로단순화해 장식성을 가미하고 있는 것이 그의 작품세계.
일견 식상해 보일 수도 있는 이같은 소재의 작업이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그의 재료를 다루는 솜씨 때문이다.
김태식씨(채색화)로부터 재료학을 익혀 동양의 회화재료들을 자신의 의도대로 활용하는데 막힘이 없을 정도로 단단한 실력을 구축하고 있다.한지에 물을 뿌려 발로 밟아 굵거나 가늘게 금이 가도록 한 다음 다시 펴 물을 뿌려 말린다.그 위 에 먹으로 밑그림을 그리고 채색을 올린 다음 마르기를 기다려 화면을 뒤집어 다시 물을 뿌리고 먹을 올린다.원하는 효과를 얻고 나면 다시 말려 마무리작업을 하는 것이 그의 작업 비결이다.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의 두번째 서울전이기도 한데 무릉도원의 이상향을 담은『遊』시리즈 35점이 출품됐다.
〈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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