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내 자식만” 이기주의가 걸림돌(미국에서 본 한국: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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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교육개혁」 학부모 자발참여 있어야/민간환경운동 강화로 공해 추방도
미국 역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교육이 중요하다는 인식 때문에 교육에 대해 관심이 대단하다.
레이건 대통령 때부터 대통령직속의 교육평가위원회를 만들어 초 중 고생들의 학력,특히 과학과 수학 향상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고 부시 대통령 역시 스스로를 「교육대통령」으로 말할 정도였다.
미국의 국민학교나 중학교 졸업식에 가보면 대통령상 수상자가 한 학교에서 수십명씩 된다.
대통령직속의 교육평가위원회가 전국적으로 실사하는 시험에서 일정수준 이상의 점수를 얻는 학생들이 대통령의 사인(물론 인쇄된 것이기는 하나)이 든 상장을 타는 것이다. 과학과 수학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북돋우기 위한 것이다.
이 상장을 타고는 『우리 아들이 대통령상을 탔다』고 서울에서 자랑하는 교포들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교육의 핵심은 역시 학부모들이다.
학생들의 학교활동중 대부분은 학부모들의 참여와 지원하에 이루어진다.
학기초가 되면 선생님을 도와줄 노력봉사자의 명단이 작성되고 각종 학급활동에는 선생님과 부모가 함께 참석한다. 컴퓨터 등 학교비품 마련을 위해서 그로서리(동네슈퍼마킷) 영수증 모으기 사업 등을 학부모가 주도한다.
로스앤젤레스 주변의 한 카운티는 예산부족으로 학교운영이 어려워지자 학부모들이 중심이 되어 카운티내의 공공도서관·체육관 등의 유급 종사자를 학부모 중심의 무료 자원봉사자로 바꾸고 그 돈을 학교지원으로 돌렸다.
학기초가 되면 전체 학부모 회의가 소집되어 교과과목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이 실시된다.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알리고 타당성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이러한 모임에 거의 전학부모가 물론 참석한다.
이런 검토가 모든 학교에서 학기마다 진행되기 때문에 우리와 같이 국민학교 2학년 교과서가 15권씩이나 되는 사태가 일어날 수 없다.
우리의 학부모들 역시 자녀교육에 대해서는 미국인의 뺨을 칠 정도이나 관심의 방향이 다르다.
앉은뱅이 같은 의자 때문에 10대 디스크 환자가 늘고 책가방 무게로 어깨가 굽는데도 부모들은 교육환경 개선에는 관심이 없다. 자기 자식만을 잘 보아달라고 봉투는 건네어도 전체학급이나 학교를 위한 공동의 자발적인 활동에는 인색하다.
환경보호문제만 해도 그렇다.
물론 미국정부의 관심과 노력이 우리에 비해 월등한 면도 있으나 정부를 이렇게 움직이게 하는 것은 전국 수천곳에서 움직이는 자발적인 환경보호단체다. 점박이 올빼미를 보호하기 위해 오리건주와 워싱턴주의 원시림을 보호해야 한다는 단체에서부터 플로리다주의 늪지대를 살리자는 단체 등 이러한 자발적인 단체에 의해 환경보호문제가 제기되고 해결된다.
요즘 미국의 거의 모든 직장은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다. 이러한 금연운동도 각 사무실의 자발적인 운동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워싱턴은 로비이스트들의 활동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각 기업이나 이익단체를 위해 행정부·의회를 상대로 로비활동을 벌인다. 얼마전부터 이들의 활동패턴이 달라졌다.
이제는 의원이나 관리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 것보다 이러한 환경보호론자 모임 등 자발적인 각종의 봉사단체들을 설득해야 의회와 정부가 움직인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제 로비이스트의 주요업무는 어느 지방의 어떤 단체가 무슨 일을 하며 이들의 지지를 어떻게 받을까 하는데 집중되어 있다.
일요일 서울 근교의 등산객이나 토요일 심야 등반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면 우리 국민들은 각자가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교육문제나 공해문제가 심각해 가는데도 이를 공동으로 해결할 생각은 않고 『나 혼자라도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각개격파로만 나가고 있다. 자발적인 봉사나 사회운동이 활발해져야 우리가 공동으로 잘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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