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팅열전>꽉쥐어짠레먼-촌스런 작명 일본서 대히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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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오래전 朴모씨가 집안에서 고대하던 아들이 마침내 요란스레 태어나자 첫딸이 매우 시샘을 내는 데에 착안,아들의 이름을「朴차고 나온 놈이 샘이나」라고 지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는 당시 TV에 나와『주위사람들로부터 이름이 너무 길고,부르기도 어렵고,또 무게가 없어 보인다는 우려를 받기도 했지만 새로 태어난 아들이 거창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좋은 漢字만을 골라 이름을 짓기보다 있는 사실 그대로 우리식의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제와서 朴모씨의 아들 이름을 새삼스레 다시 언급하는 것은 최근들어 日本에서 이같은 방식의 이름을 가진 제품들이 등장,돌풍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음료생산업체인 이토엔社가 지난6월「꽉 쥐어짠 레먼」「천연수로만든 포도넥타」「농가에서 직접 출시한 차」「열매가 들어있는 과즙」이란 제품명으로 내놓은 신제품 음료시리즈는 지난여름 日本 음료시장을 거의 휩쓸다시피 했다.
제품 출시당시「브랜드 네이밍」의 기초도 모른다며 웃음짓던 마키팅관계자들은 이제서야 그 이유를 분석하느라 법석이다.
지금까지 나온 결론은『갈수록 세분화되는 소비자들의 욕구 가운데 하나를 잡아 소비자들에게 세분화돼 있는 자사제품의 성격을 쉽게 이해하도록 했고,또 제품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 유사제품들이 끼어들 틈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제품명을 세련되고 멋있게,그리고 기억하기 쉽게 짧도록지어봤자 다른 제품들도 같은 방식으로 지어지는 상태에선 오히려혼동만 줄뿐이고 대신 다소 투박하지만 색다른 이 방식이 훨씬 기억에 남는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처럼 노골적이지는 않지만「물먹는 하마」「신송 6개월간장」「바르는 비트」와 같은 이름들이 조금씩 등장,인기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수요가 없는 상태에서 이름만 이렇게 짓는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기름에 튀기지 않고 만든 특징을 살려 제품명을 지었으나 제품자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외면으로큰 재미를 보지 못한 삼양식품의「안튀긴麵」이 좋 은 예다.
〈李孝浚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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