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대표株' 삼성 ↑ 인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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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인텔이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두 기업 실적 모두 예상을 뛰어넘는 놀랄 만한 것이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올해 전망치가 다소 비관적으로 나온 인텔의 주가는 하락한 반면 삼성전자는 오름세를 보였다.

인텔이 14일 발표한 4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22% 증가한 87억4천만달러로 사상 최대 기록이었다. 하지만 올 1분기 매출액으로 79억~85억달러로 예상한다는 보수적인 전망치가 나오면서 분위기는 급랭했다. 올 1분기 실적 예상치는 지난해 4분기보다 떨어지는 것은 물론 월가 예상치에도 훨씬 못 미쳤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역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하지만 인텔과 달리 계절적 요인에 구애받지 않고 1분기에도 실적 호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이날 '자사주 2조원 매입'이란 깜짝 선물보따리도 풀어헤쳤다.

삼성전자 주우식 IR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영여건과 현금 흐름을 감안하겠지만 일단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 2조원가량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시장은 증시 격언대로 실적보다는 전망에 더 민감했다.

인텔은 정규 거래에서 20센트 내린 33.39달러로 하락했고 시간외 거래에서는 2.7%나 떨어졌지만 삼성전자는 '인텔 역효과'에도 불구하고 49만6천5백원으로 전날보다 0.4% 올랐다.

대우증권 정창원 애널리스트는 "인텔의 보수적 전망이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것을 감안하면 삼성전자 발표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PC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은 인텔과는 달리 삼성전자는 반도체 외에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플래시 메모리.휴대전화 등으로 사업분야가 다각화돼 있어 계절적인 PC 수요 부진을 너끈히 헤쳐나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동양종금증권 민후식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와 같은 대형주는 성격상 수직상승하기보다 단계적으로 상승한다"면서 "자사주 매입이나 투자 확대 계획 등이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며, 상반기 중에 최고가격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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