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위기설 실체점검/청와대 안보장관회의 뭘 논의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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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북한동향 분석 국민불안심리 해소/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핵문제 입장정리
김영삼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안보관계 장관회의를 소집한 것은 북한의 최근 동향분석을 바탕으로 앞으로 북한핵문제의 해결방향을 모색해 보는 한편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해소시키기 위한 것이다.
지난주부터 특히 미국 언론에 강경론자들의 목소리가 많이 실리고 북한의 이상한 움직임도 보도되는가하면 심지어 북한핵문제와 관련해 영국 언론이 「미국이 북한핵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하는 등 핵문제가 끝내 군사적인 대응으로 갈 가능성이 시사되자 국민들은 다소 불안해 하고 있다. 『북한핵문제가 도대체 어디로 흘러가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정부의 핵정책이 과연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적지않았다.
게다가 북한은 최근 권영해 국방장관의 「북한핵 군사대응」 발언을 문제삼아 4일로 예정됐던 4차 남북실무접촉을 거부한 이후 계속 『전쟁에는 전쟁으로 대답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는데다 ▲북한군병력의 70% 전방배치설 ▲군수물자 증강 ▲군인들의 삭발령이 나오고 있는 등 「한반도 위기설」이 고개를 들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은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을 거부하고 남북대화 및 북미접촉까지 교착상태에 빠져 사실상 북한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채널이 두절됐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특히 오는 19,20일 미 시애틀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APEC) 지도자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18일 미국으로 떠날 김 대통령이 그 전에 안보상황을 점검하고 클린턴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23일)에 대비해 북한핵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정리해볼 필요가 있었다.
김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북한핵사찰 문제는 세계의 큰 관심사이고 우리 국민 모두가 염려하고 있다』면서 『오는 23일 클린턴 대통령과 가질 정상회담에서 북한핵문제에 대한 최종 협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 언론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시한을 던져줄 것』이라고 보도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두 대통령이 모종의 조치를 내릴 가능성을 시사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현재 한미 양국은 북한핵문제를 긴밀히 협의하고 있지만 어떤 시한을 설정하자고 합의할 정도로 깊은 진전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면서 『근본적으로 북한과의 대화문은 열어 놓되 북한이 핵사찰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확고한 시그널을 북한에 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김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북한과 대화노력을 계속하겠지만 시애틀회담때까지도 북한이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을 경우 대북제재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북한핵문제와 관련,정부는 오는 15일 열릴 예정인 북한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 많은 관심을 갖고 이 회의가 어떤 결단을 내려 남한이나 미국·IAEA와의 대화결정을 하길 기대하고 있다.
김 대통령이 북한의 동태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방안을 정리해 정부의 확고한 입장을 국민과 세계에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은 국민들에게 확고한 안보의식을 심어주려는데 뜻이 있는듯 싶다.
이 회의에서는 『현재 북한의 공격이나 도박이 임박했다는 징후는 발견되지 않으며 북한의 위협이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항상 외부의 압력이 강하면 강하게 나왔다가 일정시간이 지나면 대화에 응했던 북한의 행태가 이같은 판단의 근거다.
이날 안보회의는 국제사회에서 대북제재를 서둘러야 한다는 여론과 대화노력을 더 길울여야 한다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데 대화노력쪽에 무게를 더 싣고 북한에 국제사회의 인내심을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날 안보관계 장관회의에서는 국제정세와 북한동태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종합적인 대응책은 마련했지만 북한핵문제 해결을 위한 묘수는 찾지 못한 셈이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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