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우용득감독 우직한야구 일단 합격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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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스포츠에선 승자와 패자가 너무나 확연하다.
승자에겐 천국이,패자에겐 지옥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에 머무른 삼성의 禹龍得감독(44)은 우승을 해태에 내주고도 비난보다 칭찬을 받고 있다. 삼성의 사령탑을 맡아 호쾌한 팀컬러로 분위기를 일신한 禹감독은 올시즌을 보내며 만족과 아쉼움속에 새출발을 구상하고 있다. 평소 禹감독은 말이 없고 무뚝뚝하다.
작전도 한게임에 한 두번 하는 뚝심형이며 같은 팀 선수들조차禹감독의 내심을 모를 정도다.
따라서 수싸움에 열중하던 상대 감독들은 이내 김이 빠지곤 한다. 禹감독은 9회말 마지막 공격까지 철저하게 기다리는 스타일이다. 이같은 우직함의 근원은 어디서 오는걸까.
禹감독은 미국야구 신봉자다.
그는 주자만 나가면 작전을 거는 자질구레한 스타일의 일본야구를 혐오한다.
팬들이 야구장을 찾는 이유는 호쾌한 타격과 활기 넘치는 플레이를 보기 위해서인데 프로야구는 마땅히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게 禹감독의 야구 지론이다.
따라서 삼성 타자들은 장쾌하게 때리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타격에 적극적이다 보니 자신감을 갖게 되고 전체적으로 화끈한맛을 느끼게 변하면서 상대 투수들을 주눅들게 했다.
또 禹감독은 권위주의를 철저히 배격하는 지도자다.
그는 감독과 선수간의 관계는 상호 협조하고 논의하는 파트너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수동적으로 따르는 것은 발전을 저해시킬 뿐이라는 것이다.
서로간의 신뢰감이 있을 때 선수 자신의 습득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프로출범 당시 禹감독도 한때 삼성코치직을 맡아 강압적으로 선수를 지도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곧 지도력의 한계를 느끼게 됐고 방법이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이후 인간적인 신뢰관계가 밑바탕되지 않고서는 선수와 코치가 서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과 자신감을 불어 넣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경험을 얻게 됐다.
마침 미국프로야구 LA다저스의 토미 라소다 감독및 화이티 허조그감독(前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저서를 읽고 「믿음」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선수에 대한 믿음이 지나쳐 경기를 망친 경우도 허다하다. 지나친 믿음이 禹감독의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하니 감독이란어려운 자리다.
자신이 키워내다시피한 신인왕 梁埈赫을 1할대의 저조한 타격에도 불구하고 한국시리즈 내내 중용한 것도 禹감독의 우직한(?)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역시 선수에 대한 편애보다 공평하게 선수들에게 기회를주는게 禹감독의 장점이다.
시즌중 부진했던 李萬洙.李太逸.柳明善을 2군으로 가차없이 내려보내는 매서움도 보여줬다.
시즌이 끝난후 禹감독은 신임감독으로서의 만족보다 자존심이 상해 있다.
포수출신인 감독으로서 한국시리즈 패배가 포수 부진에서 빚어졌다는 사실이 부끄럽기 때문이다.
사실 禹감독은 삼성의 약점이 포수에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올 시즌엔 방망이를 앞세워 상대팀의 기를 죽이고 내야 포메이션으로 포수의 약점을 눈가림해온 것인데 해태 金應龍감독에게 간파당한 것이다.
『자신의 종교는 선수를 믿는것』이라고 말하는 禹감독.그가 조련하는 삼성의 겨울연습은 포수들에게는 혹독한 계절이 될 것이 분명하다.
〈張 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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