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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우미」 「정부미」(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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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전엑스포를 관람해본 사람이면 세번 놀란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 많은 인파에 놀란다. 하루평균 16만명이 입장하고 대부분의 인파가 인기관 주변에 몰리게 되니 어째서 평일인데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제각기 벼르고 별러 입장했는데 이렇게 몰린 인파가 16만명이라니 관람객 스스로 놀라게 딘다.
그다음 첨단과학기술을 동원한 정보관이나 선경관에서 역사와 우주여행을 하고 나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두번째 놀라움이다. 이어서 삼성관의 우주선을 한번 타고나면 혼을 빼앗기는듯한 충격을 받는다. 육체적으로 어지러운 충격이기도 하지만 첨단 전자기술의 수준이 여기까지 왔다는데 어지럼증을 느낀다.
인파에 놀라고 첨단기술에 놀란 다음 마지막으로 놀라운 가장 큰 행복이 엑스포 도우미의 아름답고 상냥한 자태다. 평균신장 1백66㎝의 늘씬한 몸매에 헌신적인 도우미의 상냥한 도움이 없었다면 대전엑스포의 성공은 기대할 수 없었다는게 조직위의 중론이다. 도우미들의 하루 일과를 들어보면 그들의 억척스러움이 엑스포의 성공을 가져온 비결이라는 사실도 실감할 수 있게 된다.
도우미에도 여러종류가 있다. 조직위가 선발한 도우미가 있고 정부관에서 뽑은 도우미가 있는가 하면 각 기업관에서 선발한 자체 도우미가 있고 자원봉사자가 또 있다. 일반관람객 눈에는 모두 똑같은 도우미로 보이지만 역시 도우미의 원조는 조직위 도우미로 붉은색과 흰색으로 된 두겹 모자를 쓰고 유니폼을 입고 있다. 정부관 소속 도우미는 원조 도우미쪽에서 「정부미」로 명명해 차별화를 시도한 셈이다. 기업관의 도우미는 기업관마다 유니폼을 달리해 각기의 개성을 돋보이게 했다.
「도우미」 「정부미」 「기업미」 순으로 도우미의 등급이 가능하다는 우스갯소리도 대전엑스포가 남긴 조어의 유머이기도 하다. 또 우리가 지닌 자산중에서 여성인력자원이야말로 진정 우수하다는 평가를 대전엑스포를 다녀오면 실감한다. 이들 도우미들이 엑스포 폐막과 더불어 실직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급할 때면 여성인력에 의존하고 끝나면 나몰라라 하는 자세같아 보기 흉하다. 여성취업 확대 5개년계획 같은 계획만 세울게 아니라 여성의 고용기회 확대를 실질적으로 추진하는 성실한 자세가 정부와 기업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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