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개혁 청사진이 문제다”/김기봉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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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정치학회가 「문민정부와 정치개혁」이라는 주제로 5일 서울대에서 열었던 학술대회에서는 김영삼정부의 개혁에 대해 처음으로 본격적인 비판과 적발이 제기돼 주목을 끌었다.
대다수 학자들은 이날 『김 정부의 개혁이 지나치게 개인 지도력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시급히 제도화할 것을 주문했다. 또 개혁의 구체적인 프로그램 제시가 미흡하다는 비판도 높았다.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관료·민자당내의 보이지 않는 저항과 경기침체를 극복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이제 서서히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사정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회가 어떠한 것이라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여줄 포지티브 프로그램(청사진) 개발과 집행을 서둘러야 한다』(충북대 정윤재교수)는 것이다.
참석자들중 일부는 또 정치풍토의 개선을 위해 정게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밝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길승흠교수(서울대)는 『50,60대를 중심으로 한 정치세력들이 주도가 되는 나라는 기능이 쇠잔해지고 늙어가는 법』이라며 정치권에서의 세대교체 필요성을 제기했다. 『우리 20,30,40대들은 서울올림픽때 자긍심·자신감이 하늘을 찌를듯 했으나 6공정부는 그러한 기개를 결속시키기는 커녕 좌절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역사를 교훈으로 삼아 김 대통령은 정치권에 참신한 신세대를 대폭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호철교수(전남대)는 민자당 개혁세력과 민주당 개혁·진보세력의 「개혁 대연합」안을 제시했다. 나아가 민중·시민운동의 주체들도 역할분담적인 협력을 해야 개혁의 장애들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정현교수(경희대)는 정치세력이 사회계층구조를 반영한 3당 구도로 재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우익정당,개혁­온건정당,혁신­급진정당이 돼야만 비제도권 정치의 과격성을 완화하고 지역감정을 해소하는 등 보다 근본적이고 항구적인 개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임효선교수(성균관대)는 『김 대통령의 개혁에는 전통적 사고방식과 삶에 뿌리박은 총괄적이고 장기적인 통치철학이 없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참가자들은 지난 8개월의 「과거청산적 개혁」에 대해서는 긍정했으나 『더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 해야 할 미래건설인데 이에 대해서는 시간표를 밝히지 않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깜짝쇼」만 되풀이해서는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낼 수 없다는 우려의 소리가 의미있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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