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경주정상회담에 바란다-韓日 진정한 협력보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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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가 처한 東北亞의 사정이 매우 불안하고 점차 더욱 어려운시련을 겪어야 할 것 같다.日-러시아간 영토반환문제도 자칫 분쟁의 위험이 있고 中國의 大國지향정책,北韓核문제,러시아의 혼란과 갈등등 분위기가 매우 어수선하고 불길하다.이 런 상황에서 韓日 양국의 최고 집권자가 국내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만나는것은 매우 적절하고,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첫째로 양국 정부가 모두 집권 경험없이 새로 선 정권이라는 점에서 다소 서툰 점은 있어도 그만큼 신선한 이미지를 갖고 과감한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서로 참고할 것이 많을 것이다.특히 오늘의 세계는 국내문제와 국제문제 가 서로 連動되므로 인접국가의 의견과 이해가 반영되도록 국내의 개혁방향을잡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두나라가 시작한 개혁의 물결은 제2차대전 후의 냉전체제를 실질적으로 종식시키고 새로운 출발을 기약하는 역사적 작업이다.생각보다 복잡하고 힘들 것이다.그럴수록 이웃간 협력이 중요하다.특히 협력은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줄 수 있는 품목.방법,받아들일 수 있는 제도.법의 개혁과 의식의 전환이 뒤따라야 한다.그런면에서 서로 많은 주문과 성의있는 대답이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두나라 사이에는 문제의 핵심을 겉도는 수식어 게임이나 감정적 대결 때문에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좀 더 결실있는 만남이 되기 위해선 단순한 대국적 시각보다 세심한 계산과 배려가 더 중요하다.
둘째 이번 회담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북한 핵문제에 대한 상호 협력의 전략회의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같은 민족간에 대화가 안되어 이웃과 의논하는 것 자체가 참으로 슬픈 얘기다.그러나 북한의 의도가 너무도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것 이므로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이웃과의 신중한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돌이켜볼때 북한이 우리정부와 국민에게 끼친 가해행위는 상식으로는 설명이 안된다.또 한국이 그토록 고생하고 있을때 그것을 될수록 모른체 피하려고만 해온 일본 역시 너무 야속했다.이제 일본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이 좋은 기회를 결코 타성적인 감정대결이나 막연한 수식어의 나열로 전락시켜서는 안된다.한국측 역시 세밀하고 구체적 방안을 갖고 일본의 위기의식에 답해야 할 것이다.
셋째는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국경의 장벽을 허물어온 경제활동의흐름과 새로운 장벽을 만들어가는 정치활동 흐름 사이의 날카로운갈림길에서 韓日 양국의 상호 번영을 위한 전략을 심도있게 논의해야 하는 일이라 하겠다.소련과 동구권이 무너 진 것도 사람.
물자.정보가 자유롭게 교류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가의 좁은 칸막이가 제거되어 시장이 넓어져가는 것이 선진형지역통합의 방향이라면 권위주의.관료주의.민족주의.종교적 원리주의등으로 분열과 갈등이 격화되고 시장이 좁아져가는 것이 후진형分節化의 방향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세계의 움직임이나 지식인들의 예고속에 1930년대적 구조가 다시 재연될 위험이 나타나고 있다.유럽공동체(EC)통합이나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나 또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까지도 지역 분할의 갈등요인이 되지 않도록 韓日 양국의 지도자가 지혜를 짜내 적응해가야 할 것이다.
일본은 이미 안과 밖을 차별하는 내셔널리즘이나 속과 겉이 다른 가치의 2중구조에 대한 비난을 극복하고자 규제완화와 개방의입법화를 서두르고 있다.
모처럼의 기회인 만큼 한국이 일본의 배려와 요구에 효과적으로답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일본이나 한국 모두 이제는 외부와 대결하는 긴장의 수단으로 국내 단결을 꾀하는 단계는 빨리 졸업해야 한다.세계시민적 인식과 자세로 보편적 원리에 충실한 영도력이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국경과 주권으로 分節된 한계성을 넘어 아시아공동체 일원으로서지도력을 발휘할때 韓日 양국 지도자는 국내외적으로 튼튼한 지지기반을 구축해갈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韓日 양국이 아직도 서로의 사고방식이나 생활양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불필요한 갈등과 마찰을 조성하는 경향을 생각할 때 그 극복책으로 문화적 협력체제를 일층 강화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바다.어려운 시절의 친구가 진정한 친구다.지금 양국이 그러한 시기가 아닌가.두나라의 허심탄회한 협력자세가 아시아의 진정한 상호보완의 새 물결를 일으키는 개척자 역할이 되도록 기대하는 바다.
[후쿠오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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