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처리 수위조절에 고심/김승연 한화회장 수사 중간점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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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허가 없이 미 계좌 개설 외환관리법 위반 확인/미 주택 불법구입 드러나면 특가법 적용 가능
연간 매출액 4조5천억 규모로 국내 재벌순위 9위인 한화그룹 김승연회장에 대한 검찰의 국내재산 해외도피 혐의 수사가 두차례 소환조사 끝에 신병처리 여부에 대한 수위조절만 남겨놓은 단계에 와있다.
검찰은 지난달 13일 김 회장을 소환조사한데 이어 3일 오전 10시 재소환,『가급적 철야수사를 자제한다』는 공식입장에도 불구하고 4일 오전 7시까지 21시간동안의 밤샘조사를 강행,강력한 수사의지를 보였다.
특히 검찰은 4일 이원조 전 의원에 대한 알선수재 혐의 내사종경르 둘러싼 법집행 형평성 논란을 의식한듯 『김 회장에 대한 신병처리 여부는 미 LA 주택구입 수사결과에 따라 결정될 문제로 보강수사 과정에서 언제라도 재소환할 수 있다』고 공언하는 등 불구속기소로 결론이 내려질 경우 있을지도 모를 여론의 비난을 사전차단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검찰은 그동안 경실련의 의뢰에 따라 내사를 벌여 김 회장이 92년 2월 미 영화배우 실베스타 스텔론으로부터 자신의 명의로 4백70만달러에 사들이 호화주택 구입자금 출처 등을 추적해 왔으나 『주택구입때 명의만 빌려줬을뿐 실소유주가 아니다』는 김 회장측의 반론에 부닥쳐 수사진전을 보지 못했었다.
특히 검찰은 굴지의 기업군을 소유한 김 회장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기소를 강행할 경우 막상 법정에서 실소유주가 나타나 김 회장의 무혐의를 입증했을때 겪을 파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다 사유재산권 보호에 철저한 미국내 부동산 거래행위 수사라는 점에서 어려움이 많다는 것.
그러나 검찰은 내사과정에서 김 회장 명의로 미국은행에 개설된 예금계좌의 거래내역 등 정보를 입수하면서 수사의 급진전을 보여 국내 거주자인 김 회장이 재무부장관의 허가없이 해외예금 계좌를 개설한 자체가 외국환관리법을 위반했다고 판단,일단 외국환관리법 위반혐의로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김 회장이 해외공사 중개수수료 일부를 되돌려 받아 법인으로환원하거나 국내은행에 입금하지 않고 곧 바로 외국은행에 입금시킨뒤 지난해까지 개인의 해외여행 경비로 모두 사용한 것은 불법 외환거래로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또 검찰은 앞으로 수사과정에서 전 GUSA사 관계자들의 진술을 통해 ▲미 주택 구입경위와 자금출처 ▲한화그룹 계열 미 현지법인이 김 회장으로부터 주택소유권 명의를 이전받은 경위 ▲김 회장이 주장하는 실소유자의 구입자금 출처와 명의신탁 경위가 명백히 드러나지 않을 경우 김 회장은 특경가법 위반혐의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보고있다.<권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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