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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자유화시대>4.은행들 우량고객 확보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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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은행들끼리 바야흐로 금융전쟁이 붙었다.「예금만 끌어모으면 돈장사가 됐던」시절이 가고 고객위주의 경영환경으로 급변하고 있기때문이다.
금리가 자유화됐다 해서 대출금리를 무턱대고 올렸다가는 돈 떼일 염려없이 제때에 이자를 내는「우량 고객(대출선)」들이 떨어져 나가고만다.대출 금리가 높으면 은행 이미지에도 나쁜 영향을미치기 때문에 대출금리를 가급적 다른 은행보다 낮게 이끌어가야한다. 그러려면 가급적 값이 싸고 오랫동안 머무르는 돈을 끌어모아야 하므로 은행들은 지난해부터 이미 소액 가계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한 새상품 개발과 서비스 경쟁에 들어갔으며 이같은 경쟁은 앞으로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이는 결국 예금금리를 높이고 대출금리는 낮춰야 하는 새로운 양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때문에 예금과 대출금리의 차이,즉 預貸마진이 갈수록 줄어들어 은행의 수지가 나빠질 것이므로 다른 데서 살길을 찾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은행들은 단순히 금융상품 개발 경쟁 뿐만 아니라 수수료 수입을 늘리고 투자자문이나 정보제공과 같은 부대서비스 업무의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은행들의 자금운용 경쟁은 1일부터 적용되는 새 금리체계 조정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치열한 생존경쟁의 제1라운드가 벌어진 것이다. 금융계에서「10살바기 무서운 아이」로 통하는 新韓은행은 일반대출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았다.5대 시중은행중 비교적 견실한 경영을 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조흥.제일.한일은행은8.75%로 0.25%포인트 올렸다.그런가 하면 漢陽. 라이프주택에 큰 돈이 물려있는등 부실채권이 많아「몸이 무거운」상업.
서울신탁은행은 9%로 올렸다.
은행 경영의 성적표가 기준 금리의 높낮이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비록「우대금리를 적용받는 기업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것때문에 이 정도의 금리 격차는 의미가 별로 없다는 시각도 있지만,그래도 아주 초보적인 금리 자유화가 이제야 시작되고 있다는점을 생각하면 나름대로의 의미를 찾을 수는 있다.
금리를 남들보다 낮춰 손님을 더 끌려면 은행의「원가」를 줄여야 한다.
지난해 1천만원을 굴려 겨우 8만원의 순이익을 올렸던 시중은행들은 지난해부터 원가를 줄이기 위해「피나는」노력을 하고 있다.소수정예주의를 내세우며 새로운 영업점은 출장소 중심으로 내고있다.최근에는 앞다퉈 無人자동화점포를 열고 있다 .
금리자유화가 더욱 진전될수록 금리예측능력이 뛰어난 은행이 이긴다.이 때문에 은행들은 자금.신탁.융자.저축부의 노련한 인력을 차출,금리위원회를 만들기도 하고 그동안 입으로만 얘기하던 자산부채 종합관리시스팀(ALM)을 가동하기 시작했 다.ALM경영이란 고객의 신용도와 은행예금등 기여도,취급하는 상품의 특성,자금조달 비용.기간등과 관련된 정보를 컴퓨터에 입력해 종합관리함으로써 적정수준의 수익을 확보하고 부실채권 발생률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그러나「실명제실시→2단계 금리자유화」로 이어지는 최근의 금융환경 변화는 금융자율화의 시작에 불과하다.앞으로도 3단계 예금금리의 자유화와 금융기관간 업무영역조정,금융시장 개방이 가속화되는등 금융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게 돼있다.
결국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금융인의 의식변화다.이제 가만히 앉아 있어선 안되고 고객 속에서 살아야 한다.정부가 정해준 금리대로 預貸금리차를 따먹던 시절은 가고 있으며,이제 본격적인 돈 장사를 해야한다.
최근의「금리 전쟁」은 이제「기업부실」만이 아니라「금융부실」도골치 아픈 경제 현안으로 드러날 날이 멀지 않았음을 예고하고 있다. 〈梁在燦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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