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보도공정성」 논쟁 재연/TV 아사히 전 국장 국회소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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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비자민 연정」은 우리덕” 발언 빌미/일부학자 “언론자유 침해다” 반발
일본 중의원 정치개혁 특별위원회는 25일 TV 아사히(조일) 전 보도국장을 증인으로 소환,보도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를 추궁했다.
쓰바키 마사요시(춘정량) 전 보도국장은 지난달 21일 민간방송연맹 방송프로그램 조사회에서 자민당 정권을 무너뜨려 비자민 연립정권이 탄생되게 보도하도록 지시했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혐의로 이날 국회에 소환됐다.
그의 증인소환은 일본에서 언론자유와 보도의 공정성 문제라는 논쟁을 불러일으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자민당은 지난 13일 산케이(산경)신문이 그의 발언을 보도하자 격분,보도의 공정성을 규정한 방송법 등을 근거로 그의 증인소환을 강력히 요구했다. 지난번 선거에서 반자민적인 TV의 덕을 톡톡히 본 연립여당은 그의 증인 소환문제에 소극적이었으나 명분과 자민당 공세로 마지못해 동의했다.
이날 자민당은 ▲그가 자민당에 불리하게끔 보도하도록 구체적으로 지시를 했는지 여부 ▲발언취지와 방송프로그램의 「정치적 공평」을 정한 방송법,공식선거법 위반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거론했다.
쓰바키는 구체적으로 자민당에 불리한 보도를 하도록 지시를 한 사실은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그의 공영방송인 NHK식으로 무조건 각당에 공정하게 시간을 할애하고 객관적으로 사실보도만 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보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실제로 총선기간중 TV 아사히는 자민당 인사들보다 신생당 등 연립여당 인사를 대폭 TV에 등장시켰었다. 의도적인 편집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쓰바키는 이같은 사실을 무시하고 비자민 연립정권이 탄생하게끔 데스크들과 얘기를 나누었다는 식의 발언을 민간방송연맹이라는 공개장소에서 함으로써 자기 덫에 자기가 걸린 셈이 됐다.
그는 모모인사의 이름까지 들먹이며 『이들은 TV 아사히 덕분에 의원이 됐다』 『비자민 연정은 구메 히로시(구미광·TV 아사히 인기 앵커맨) 등이 만든 정권』이라는 식으로 안하무인식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일본의 방송법과 공직선거법은 불편부당한 보도와 선거운동을 위한 방송시설의 사용·왜곡보도를 금하는 한편 정치적 공평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이날 쓰바키의 증인소환은 록히드사건이후 언론인에 대한 첫 증인소환으로 『정치가의 뜻에 따르지 않은 보도에 대해 증인소환이 이뤄질 우려가 있다』는 등 언론자유침해 논쟁을 야기시켰다.
민간방송위 위원 등 일부 방송학자들은 그의 증인소환과 민간방송연맹의 의사록 및 녹음테이프 제출이 언론자유의 침해라며 강력히 항의했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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