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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열전>세르지오 레오네-마카로니 웨스턴의 창시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마카로니 웨스턴 혹은 스파게티 웨스턴으로 불리는 變種 서부극의 원조인 이탈리아 감독 세르지오 레오네의 60년대 작품 『석양의 무법자』『속 석양의 무법자』가 최근 국내에서 비디오로 나온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비디오업계는 최근 개봉작이 아니면 팔리지 않는다는 핑계아래 옛 영화라면 무조건 기피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히트했고 수많은 아류작까지 양산했던 이 영화들이 이제야 나왔다는 것은 때늦은 감이 있다.더욱이 비디오업계는 극장 공개 제명인 『속 석양의 무법자』를『석양의 무법자』로,정작 『석양의 무법자』는『 황야의 무법자』로 제목을 둔갑시키는 무신경을 보였다.
1929년 로마 태생인 세르지오 레오네의 영화세계는 무엇보다미국문화에 대한 깊은 심취로 특징지워진다.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는 현실의 미국에 대한 동경이라기보다 신화적인 미국의 이미지에 대한 도취다.
물론 60년대 이후에 등장한 유럽 영화감독치고 미국영화에 조금이라도 빚지지 않은 사람은 없다.그러나 자신의 전작품을 서부극.갱영화등 미국 특유의 영화에 대한 탐구에 바쳤다는 점에서 그를 당할 사람은 없다.
그가 64년에 발표한『황야의 무법자』가 처음 미국에서 공개되었을 때 많은 팬들은 경악을 금치못했다.
당시까지 미국의 2류배우였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방랑의 건맨으로 등장해 대립하는 두 폭력세력을 괴멸시켜버린다는 내용의 이영화 줄거리 자체는 구로자와 아키라(黑澤明)의『요짐보』(用心棒)를 그대로 빌려온 것이다.
미국인들을 놀라게 한 것은 종래의 서부극에서는 도저히 생각도못했던 과장된 액션과 삐딱한(?)허무주의였다.선악의 구분이 명료했던 미국의 서부극에 비교할때 그의 영화는 마치 도덕적 무정부주의를 표방하는 것같아 보인다.
스타일상으로도 그의 독특한 액션 연출은 후대 감독들에게 하나의 전범 역할을 했다.과장된 클로스업,슬로 모션과 정지화면의 주관적인 사용은 미국감독들에게 거꾸로 영향을 미쳤을 정도다.
그후『석양의 무법자』『속 석양의 무법자』로 이어지는 이른바「달러 3부작」(영어 제목에 달러란 말이 들어가기 때문에 붙여진명칭)을 통해 그는 미국의 서부개척이 얼마나 허위와 기만에 가득찬 것인가를 보여준다.
72년『석양의 갱들』을 끝으로 주로 제작자로 활동하면서 연출일선에서 멀어진 그는 84년 필생의 대작인『원스 어폰 어 타임인 아메리카』를 발표한다.이 영화는 사나이들의 우정과 배신,그리고 로맨스까지 모두 버무려 깊은 감동을 자아 낸다.89년 60세를 일기로 타계한 세르지오 레오네.미국영화를 흠모하면서도 40세가 넘어서야 영어공부를 시작했다는 에피소드를 남기기도한 그는 미국영화 내부로 들어가 미국적 가치를 철저히 해체시켰다는점에서「미국 영화사의 무법자」로 길이 기억될 것이다.
〈林載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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