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석유유출 26일째 출어포기..굴.조개 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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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南海=許尙天.金相軫.具斗勳기자]분노와 허탈.실의의 26일.
지난달 27일 시작된 날벼락 기름소동 이후 당황과 공포속에 빠져 들었던 남해안 갯마을 주민들이 생업을 포기한 채 26일째「기름과의 전쟁」을 계속해 오고 있다.
갯바위는 물론 하늘의 별들 만큼이나 많은 바닷가 돌들을 하나하나 일일이 닦고 씻어 내는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
기름 뻘이 된 바지락.굴.김양식장등은 우려했던 대로 4~5일전부터 폐사현상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폐허가 돼버렸고,바다오염으로 고기들도 자취를 감춰 어장까지 형성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포구마다 주민들의 한숨소리 속에 출어를 포기한 어선들이 묶여 활기를 잃었다.
그러나 기름은 닦아도 닦아도 없어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해양전문가들은 각종 양식장을 비롯해 바다 생태계가 어느 정도 복원되려면 적어도 4~5년은 걸릴 것으로 전망해 후유증이 장기화될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피해가 특히 심한 남해군고현면화전리에서 기름제거작업을하던 주민 3명이 현기증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30여명은 심한 가려움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기름 제거작업=남해군 고현.설천.남.서면일대 해안 94㎞와하동군금남면,사천등 해안 1백24㎞에 오염피해를 본 남해.사천.하동군의 경우 수협.어민들이 사고발생이후 연인원 6만2천여명,선박 1천7백여척,소방차.동력분무기등을 동원해 21일까지 기름방제작업을 마무리지었지만 완전제거되지 않은 상태.
특히 기름에 뒤범벅이된 어장에서 아직도 기름 악취가 풍기는데다 생태계가 파괴돼 예전의 어장을 회복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남해군서면영해리 주민들은 마을전체주민 80여명이 동원돼 방제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썰물에 맞춰 바위가 드러날때 작업을 하고 있으나 기름을 닦아낸 바위에 밀물이 밀려오면 또다시 기름이 달라붙기 때문에 끝이없는 상태다.
◇생계위협=남해군서면남상리 金무웅씨(50)의 경우 농사를 전혀 짓지않고 2t짜리 고깃배로 하루 2만~3만여원어치의 고기를잡아 생활해 왔으나 한달째 작업을 전혀 못해 당장 끼니걱정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남해군의 경우 피해 어민들의 이같은 생계난 해결을 위해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0일까지의 방제작업 인건비를 우선 지급키로 하고 1인당 하루 남자 2만7천원,여자 2만2천원씩과 간식비.선박임대료등 9억5백여만원을 보험회사측에 청구 했으나 아직지급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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