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페리호참사 회사·유족측 입장(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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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어이없는 사고 다신 없어야”/조속한 실종자 인양에 힘써주길
『이번 사고는 인재도 천재도 아닌 관재입니다.』
서해페리호 침몰사고 희생자유족비상대책위원장 박경국씨(39·상업·전북 이리시 동산동 동산아파트 5동406호)는 10일 부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여객선 침몰사고는 해운항만청 등 당국의 무관심과 감독소홀이 빚어낸 참사라고 분개했다.
박씨는 이번 사고원인이 해상일기가 매우 나쁜데도 정원보다 훨씬 많은 승객을 태우고 무리한 운항을 강행한 때문으로 보이기는 하나 근본적으로는 평소 여객선 운항을 방치해온 해운항만청의 관리부재 탓이라고 강조했다.
박씨는 사고발생 3일째인 12일 사고현장에서 옮겨지는 시신들을 넘겨받기 위해 군산 공설운동장에 모인 유족 1천5백여명 가운데서 뽑힌 전국 13개 시·도 지역대표(32명)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됐다.
박씨는 이번 사고로 부부공무원이던 누나 순희씨(46·전주시 중화산동사무소 직원)와 매형 윤재일씨(57·전주시 지역경제과장)를 모두 잃은 참변을 당했다.
『우리 유족들이 원하는 것은 한결같이 실종자들을 한시바삐 인양하고 이처럼 어이없는 사고가 다시 발생치 않도록 근본대책을 세우라는 것입니다.』
박씨는 유족보상문제와 관련,지산이 위원장을 맡고있는 비상대책위는 「조기인양」 「재발방지대책 수립」이 주임무인 만큼 시체인양이 끝난뒤 해체되고 전체 유족들이 다시 모여 보상대책위를 구성해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박씨는 생명을 걸고 시체인양작업에 헌신하고 있는 해군 및 해경관계자들과 생업인 고기잡이를 마다하고 어선을 동원,표류시체 수색을 벌이고 있는 어민들에게 감사한다며 남은 실종자 13명을 서둘러 찾아달라는 호소를 잊지않았다.<군산=현석화기자>
◎“회사 팔아 위로금 내겠다”/선박운항 정부지원등 뒤따라야
『유가족들에게 고개 숙여 사죄할 따름입니다. 죄인이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여러차례의 설득끝에 힘겹게 본사기자와 만난 (주)서해페리호 사장 유동식씨는 사고수습이 마무리되는대로 서해페리사를 처분,유족들에게 위로금으로 내놓겠다고 밝히고 그동안 항로운영에 대한 전반적 관리·감독을 맡고있는 정부의 책임은 제쳐두고 자신에게만 쏟아지는 비난을 혼자 감당하기 힘들다며 울먹였다.
­정원을 훨씬 넘는 3백50여명의 승객을 태우고 악천후 속에 무리하게 운항한 것이 사고원인중 하나로 알려지고 있는데….
▲그점에 대해선 할 말이 없지만 국고보조 항로를 운항하는 입장에서 나름대로 어려운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상특보가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결항했다가는 당장 노선허가를 취소하겠다는 불호령이 내릴만큼 선주에게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 사고당일 배를 띄울 수 없다고 승객들에게 말했던 백 선장이 운항을 강행한데에도 이러한 분위기가 작용했을 것이다.
­국고보조 항로를 운항하며 느낀점은.
▲정부지원이 턱없이 부족,완벽한 선박관리나 안전점검이 힘든데 비해 운영에 대한 간섭이 지나쳐 선박사는 선원 한명도 독자적으로 채용하기 힘들다.
실제로 5월부터 지원금을 못타내 70여명의 직원에 대한 임금을 지불하지 못해 회사를 그만두는 직원이 늘어나고 있다. 이같은 구조적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는한 사고재발의 소지가 있으며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도 엄밀히 따지면 정부측에 있다고 본다.
­서해페리호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가.
▲아직 물속에 있는 배는 은행융자와 사채 7억원을 들여 90년 12월 건조한 것으로 수명이 20년이다. 당국과 협의해 결정할 일이지만 인양해 수리한다면 얼마든지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본다.<이리=서형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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