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추궁에 맞장구­반박 예사/신임 정재석 교통 이색 수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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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소신있는 태도” “무례하다” 평가 엇갈려/질의 길어지자 지루한듯 양말 “만지작”
서해페리호 사건의 문책인사에 따라 임명된 정재석 교통부장관의 파격적 자세가 화제를 낳고 있다.
임명된지 이틀밖에 안된 정 장관은 국회 교체위에서 의원들의 추궁에 통상 죄인처럼 주눅들어 있는 여느장관들과 달리 자유분방한 태도로 오히려 의원들의 발언에 반박하거나 심지어 꾸짖는 인상까지 주고 있다. 그래서 『소신있다』 『무례하다』는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 장관의 예사롭지 않은 태도는 이미 취임 첫날인 18일 국감현장에 도착하면서부터 엿보이기 시작했다.
장관은 인사말에서 『얼굴을 아는 의원들이 많아 마음이 든든하다』면서 『소신을 얘기해도 되겠느냐』고 양해를 얻은뒤 소신 1호로 흔히 예상했던 「사후수습만전」 대신 『교통부 직원들의 일하고자 하는 사기를 돋우겠다』를 앞세워 파격의 일단을 보였다.
취임 이틀째인 19일 정 장관은 업무파악을 못한 자신을 대신해 질의에 답변하는 차관의 옆자리에 앉하 혼쭐나는 차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아…』 『그렇군』이라며 고개를 끄덕이고 독백하다가는 지루한듯 팔짱을 끼었다가 다리를 꼬고 앉기도 했으며,심지어는 신발을 벗고 양말을 만지기도 했다.
마침내 정 장관은 이날 오전 답변중 슬그머니 감사장에서 사라져버렸는데 의원들이 『장관이 돌아오면 답변하라』고 하는 바람에 교통부 직원들이 장관을 찾아 나서는 소동을 벌인 끝에 20여분만에 복귀했다. 그는 정회중 소회의실에서 평소 친분있는 의원들과 환담을 나누며 『잠도 제대로 못자고 이런 고생을 할줄 알았다면 교수(외국어대)를 계속 하는건데…』라며 푸념했다. 정 장관은 『3공때 상공장관까지 지냈기 때문에 교통장관이 별로 내키지 않았으나 청와대에서 워낙 강력히 요청해 억지로 맡았다』며 『김 대통령이나 그 측근들과 아무런 끈이 없으며 아마 나의 고매한 인격이 장관 발탁의 이유가 되지 않았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정 장관은 또 의원들의 질의를 메모하고 듣곤하다가 가끔씩은 『대단히 옳은 말씀』이라고 큰소리로 맞장구쳤다. 그는 양순직의원(무소속)이 『관변단체인 항공진흥협회를 없애는게 어떻겠느냐』고 추궁하는데 항공국장이 우물쭈물하자 옆에서 『없애면 어때』라고 큰소리로 훈수. 그러자 양 위원장이 『국장이 답변할 성질이 아니다』라고 넘어가려하자 정 장관은 다시 큰소리로 『그 정도는 국장이 답변해야지. 뻔한 걸 가지고… 없애는 방향으로 하겠습니다고 해야지』라고 소리쳤다.
장관은 또 답변준비를 위해 감사장 주위에 몰려있는 직원들을 향해 『길 막히지 않게 해야 할 사람들(교통부 직원)이 왜 이렇게 많이 차를 끌고 왔어. 많이 있다고 좋은 답변 나오는 것은 아니니까 필요한 몇사람만 남고 다 돌아가』라고 지시해 소신 1호에 따른 직원들의 사기앙양을 기하기도 했다.
오후 감사에 들어서 장관은 민주당 최고위원인 김영배의원이 『교통정책 쇄신을 위한 장관의 소신을 말하라』고 하자 정 장관은 『소신이라면 말하겠다』며 장황하게 얘기했다.
이에 김 의원이 다시 『소신만 간단히 말하라』고 하자 그는 『지금 얘기하고 있지 않느냐』라고 반박. 정 장관은 또 김 의원의 질의도중 말을 가로막고 답변을 하기도 했는데,김 의원이 『감사는 행정부와 입법부간의 대화인데 결례를 하면 안된다』고 꾸짖자 『앞에 했던 질문을 다시 중복해 얘기하니까 그런 것 아니냐』라고 말대꾸. 급기야는 김 의원이 페리호 피해보상과 관련해 정 장관의 얘기를 잘못 듣고 추궁하자 그는 『그런 얘기 하지 않았다. 제대로 들어달라』고 역습했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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