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PC의 제왕’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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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PC 산업이 ‘메이드 인 차이나’에서 ‘차이나 브랜드’로 급성장하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컴퓨터 제조업체 레노버는 네덜란드 PC업체인 ‘패커드 벨’의 지분 인수를 추진 중이다. 패커드 벨은 현재 유럽에서 10% 안팎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3대 브랜드 중 하나. 유럽시장 공략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레노버는 2005년 미국 IBM의 PC 부문과 씽크패드 브랜드를 인수해 미국 시장을 공략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은 레노버가 패커드 벨까지 인수할 경우 지금까지 세계 3위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대만의 에이서를 제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3년 전만 해도 중국 국내 업체에 불과했던 레노버가 ‘글로벌 톱 3’로 급부상하는 것이다. 레노버의 올 1분기 매출액은 39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 늘었다. 특히 PC 판매는 22% 성장했다. 몇 년 새 중국은 ‘하청기지’에서 벗어나 자체 브랜드로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PC 제조는 이미 중국이 장악했다. 세계 1·2위 업체인 HP와 델이 판매하는 노트북 대부분은 쑤저우(蘇州) 근처의 공장에서 생산된다. 대만의 에이서나 일본 도시바도 최종 조립은 중국 공장에서 한다. 삼성전자의 노트북도 전량 쑤저우 현지법인에서 만든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이다. LG전자는 절반 정도를 중국에서 만든다. 데스크톱은 물류비 때문에 국내 업체에 하청을 주고 있지만 점차 중국 쪽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1990년 대까지 한국 수출의 효자 역할을 했던 국내 PC 제조업은 해외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 노트북은 2004년 4억6400만 달러어치를 수출했으나 그 이후에는 수입이 수출을 앞지르고 있다. 연 300만 대의 PC를 OEM 방식으로 수출했던 삼보컴퓨터의 경우 2000년 이후 실적이 악화되면서 2005년에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삼보는 최근 IPTV 전문업체인 셀런에 팔렸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PC 제조로는 승산이 없다는 증거”라며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이나 울트라모바일PC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완제품과는 반대로 부품 수출은 매년 늘고 있다. 정보통신연구진흥원(IITA)에 따르면 올 상반기 IT부품 수출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15.2% 늘어난 313억 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등의 판매 호조로 6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며 10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냈다.

완제품 시장은 중국에 넘겨주는 대신 고부가가치 부품을 집중 개발해 수출하는 전략이 열매를 맺고 있는 셈이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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