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對러 원조 정국안정이 열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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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日本총리는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과의 정상회담후 발표한 경제선언을 통해 양국간 경제협력관계를 긴밀히 하기로 함으로써 일본이 종래의 政經不可分원칙을 포기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번 경제선언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 일본의 투자를 받아들일 환경이 아직 조성돼 있지 않아 당장 양국간에 긴밀한 경제협력관계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의에서 러시아는 외화획득에 직결될 수 있는 협력을 요구했다.그러나 일본측은 기술지원 등 소프트분야에서 주로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양국 입장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었다.
러시아는 시장경제이행에 따른 경제침체와 자금부족으로 고통받고있는 반면 일본은 거액의 대외채무를 안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추가지원에 소극적인 자세를 허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정부가 지금까지 표명한 러시아지원액은 총 46억달러.이중실제 집행된 것은 25% 정도다.
일본의 지원이 예정대로 되지 않는 것은 러시아의 수용태세 미비 때문이라고 일본은 밝히고 있다.정부원조라 하더라도 무역보험등의 제도를 이용한 구체적인 상담은 민간베이스로 이뤄지고 있기때문이다.
러시아의 법률등 제도가 朝令暮改고 교섭담당자가 빈번히 바뀌는등 불안이 계속되는 한 일본의 민간기업이 투자등 경제협력에 적극 나설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은 러시아에 대해 은행제도,군수공장의 민수전환,보건.의료,인재육성등 知的인 지원도 하기로 했다.이달부터 중소기업의 인재육성을 목적으로 한 연수가 블라디보스토크 등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서방선진7개국(G7)의 對러시아 지원약속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융자를 중심으로 지난해 총 2백40억달러에 달했으며 올해는 4백억달러로 늘어났다.그러나 IMF가 월간 인플레 5% 이내 억제 등 엄격한 지원조건을 달고 있어 실제로 러시아가 받은 지원액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러시아에 대한 일본 등 서방의 지원은 러시아 정국이 하루빨리안정되지않고는 잘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그러나 러시아는 오히려 정국불안 때문에 초긴축정책 등 서방이 요구하는 지원조건을 갖추기 위해 과감한 정책을 추진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일본과 러시아의 경제협력 교섭은 서방과 러시아 사이의 경제지원을 둘러싼딜레마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東京=李錫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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