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비어 판쳐 혼란 부채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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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고의로 시체 흘려보냈다”/“백 선장 군산에 나타났다”/“바다밑 뻘속 백여구 방치”/“영광앞서 시체 발견됐다”
『회사측이 인명피해 규모를 줄이기 위해 고의로 배에 구명을 내 시체를 흘려보내고 있다』­.
『선장이 군산에 나타났다』­.
침몰 서해페리호 시체인양 작업이 철야로 진행되고 있던 13일밤 인양시신의 신원확인 장소인 군산공설운동장 상황실에 흥분한 실종자 유가족 10여명에 몰려들어 해명과 확인을 요구한 내용이다.
관계자들의 설명과 설득으로 이들은 물러갔지만 10분쯤뒤 또 다른 유족들이 찾아와 『사고지점 뻘 곳곳에 시신이 묻혀 있는데도 방치하고 있다는데 사실이냐』고 따졌다. 관계자는 이에대해서도 『절대로 사실이 아니니 걱정말라』고 설득했다. 그러나 잠시후 유족들 사이에는 『1백여구의 시신이 뻘에 방치돼 있다』는 내용으로 둔갑해 번져나갔다.
큰 사고나 사건이 터질때마다 난무하는 유언비어들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꼬리를 물고 번지는 바람에 피해자 가족들이나 당국이 사고의 본질을 파악하는데 큰 혼란을 초래,사태수습을 어렵게 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곳 사고수습 관련기관 주변과 유가족·주민들 사이에 떠돌고 있는 유언비어는 줄잡아 10여가지
『잠수부들이 시신을 일부러 훼손시키고 있다』는 등 유족들을 흥분시키는 것부터 『선장이 가족들과 전화하는 것이 도청됐다.』 『영광 앞바다에서도 시신이 떠올랐다』는 등 밑도 끝도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같은 유언비어가 본격적으로 나돌기 시작한 것은 사고발생 다음날인 11일부터. 사망 또는 실종자 수가 2백여명으로 추정되고 있는 가운데 이날 하룻동안 겨우 14구만 인양되자 당국과 회사측의 「고의성」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비롯됐다. 이같은 유언비어가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자 대책본부는 물론 유족 대표까지도 『유언비어에 절대로 속지말라』는 방송을 하루 10여차례씩 하고 있지만 걷잡을 수 없이 번져 관계당국과 희생자 가족들을 괴롭히고 있다.<부안=이해석·이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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