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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만년 하청’ 한국 애니, 창작 승부수 띄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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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애니메이션 ‘아바타-아앙의 전설’을 제작한 ‘JM 애니메이션 하우스’의 정미 사장(右)과 유재명 감독. [사진=강정현 기자]

‘기술은 있으나 창의력 없음’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고질병으로 통했다. 뛰어난 기술 덕분에 세계 각국 애니메이션의 하청 제작을 맡지만 막상 창작 애니메이션은 번번이 쓴맛을 보곤 했기 때문이다. 그런 한국이 애니 하청국에서 벗어나 창작국으로 도약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사와 공동 투자·배급이 추진되고, 창작 애니메이션에도 재시동이 걸렸다.

 ◆할리우드와 공동 투자·제작=3일 충남영상미디어센터(센터장 김희섭)는 할리우드 제작사 겸 배급사인 더와인스타인컴퍼니(TWC), 애니메이션 제작관리사 고담 그룹과 손잡고 편당 4000만 달러(약 370억원) 규모의 극장용 3D애니메이션 6~10편을 공동 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TWC는 ‘무서운 영화 4’, 애니메이션 ‘빨간 모자의 진실’ 등을 배급했고, 고담 그룹은 ‘슈렉’ ‘토이스토리’ ‘해피 피트’ 등을 제작했다.

 김희섭 센터장은 “한국과 미국이 절반씩 투자하며 저작권 수입 역시 반반씩 나눈다”고 말했다. 기획·시나리오·콘티 등 작품 개요를 잡는 프리 프로덕션, 애니메이션 후반 작업인 포스트 프로덕션은 미국 측에서 맡고 그림·촬영 등의 제작 단계인 프로덕션은 한국에서 맡는다. 김 센터장은 “향후 프리 프로덕션 및 포스트 프로덕션 과정에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한국 창작 애니메이션 '믹스 마스터'.

◆진화된 OEM=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의 제작진이 모여 만든 애니메이션 제작사 JM 애니메이션 하우스(대표 정미)는 몸으로 부닥쳐 기회를 얻어냈다. JM은 미국의 어린이 전문채널 니켈로디온사의 ‘아바타-아앙의 전설’을 도맡아 제작하고 있다. 계약상으로는 OEM이지만 한국인 등장인물을 포함한 동양적 캐릭터와 구성은 JM 제작진이 개발했다. 유재명 감독은 이 작품으로 2006년 미국 최고의 애니메이션상인 ‘애니 어워즈’ 감독상도 받았다. 레이아웃은 한국이 100% 담당하며, 본사는 인디케이션(지시문) 없는 빈 시트만 보내올 정도로 자율권을 부여받았다.

 유 감독은 “OEM이라도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일하면 창작이 되고, 기획·창작물이라도 수동적으로 일한다면 하청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비록 하청 제작이지만 받은 돈 이상을 쏟아 부을 정도로 투자했다. 아바타의 성공이 입소문을 타면서 한·일 합작 애니메이션 ‘태극 천자문’도 제작하게 됐다. 정미 대표는 “초기 투자가 밑거름이 됐다”고 설명했다.

 ◆창작 애니 전 세계로=극장용 애니메이션 ‘천년여우 여우비’의 제작사인 선우엔터테인먼트가 전 세계에 배급하고 있는 TV애니메이션 시리즈 ‘믹스 마스터’가 5월부터 유럽의 메이저 애니메이션 채널 닉툰에서 방영되고 있다. 2005년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대상작이었던 이 작품은 전 세계 22개국에 판매되고 닉툰의 주간방송 순위 3위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 회사 장형순 마케팅 차장은 “한국의 인건비가 비싸 애니메이션 OEM은 이미 인도·필리핀·중국 등으로 넘어가는 추세”라며 “한국 애니도 기획·창작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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