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김수동 주영대사관 상무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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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해외주재 상무관으로서 최근 국내 일부 경제학자들이 펴고있는 통상논리에 대해 당혹감을 느낄때가 많다.
이들은 韓國의 산업은 過보호상태이므로 비교우위론에 입각해 선진국 수준의 과감한 시장개방을 통해 외부경쟁을 유발해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있다.
이 주장은 얼핏 그럴듯해 보이나 국제 경제전쟁의 현실이나 한국경제의 실정과 상당한 괴리가 있다고 본다.
10여년간 통상분야에서 근무해온 본인의 경험에 의하면 어느나라 통상관계자도 이같은 개방논리를 취하고 있지 않다.
이 논리는 무역전쟁에서의「조용한 패배」와 국내산업의 붕괴를 가져올 우려가 크다는 생각이다.
개방논리는 수입자유화율이 60%도 안되던 60년대의 韓國에서나 설득력을 지닌다.그런데 자유화율이 98%를 넘어선 지금까지도 강대국은 우리에게 개방논리를 펴고있다.
그러나 문제는 선진국들이 더많은 보호무역조치를 취하고 있다는점이다. 美國의 슈퍼 301條.농업보조금 제도,유럽공동체의 공동농업정책,日本의 행정지도.자율규제,경쟁이 떨어지는 품목에 대한 선진 각국의 高관세체제등 합법을 가장한 보호제도가 숱하다.
또한 韓國의 국제화는 이미 깊숙이 진행돼 오히려 過개방을 우려할 상황이다.일부 금융.외환.토지 분야에 보호와 규제가 있기는 하나 무역.산업분야의 장벽제거 수준은 이미 유럽공동체를 능가하고 있다.
게다가 개방의 보완대책으로서 예외적 산업육성수단 확보,산업피해 구제장치 완비,산업구조 조정시간의 확보등이 불충분한 상태에서 過개방의 폐해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개방형 통상논리는 또한 해외 현지에서 안이하게 대응하려는 통상관련 인사들에게 더없이 좋은 구실을 주는 폐단도 있다.
우리 경제현실에 대한 철저한 사실확인과 세계 무역질서에 대한이해를 토대로 한국형 통상논리가 시급히 만들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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