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회계검사원 보고서 “충격”(지구촌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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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패트리어트 적중률 불과 9%/“백발백중” 신화깨져/미·일 미사일 방위 구상 “구멍”/잔핵 떨어져 오히려 피해만
지난 91년 걸프전때 일약 신화적인 무기로 등장한 것이 미국의 패트리어트 대공미사일이다. 이라크가 쏜 스커드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모두 파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패트리어트는 방공무기의 총아가 됐다. 이를 계기로 공상영화같이 들리던 미국의 스타워스 계획도 현실감있게 모두에게 인식됐다.
그러나 백발백중의 신화적인 무기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실제 미사일 탄두파괴율은 9%에 지나지 않는다는 미국 회계검사원(GAO)의 보고서가 나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걸프전때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공중에서 스커드 미사일을 명중시키기는 했지만 탄두를 파괴하지는 못했으며 탄두가 분리된 뒤 미사일 추진부·잔해가 그대로 떨어지는 바람에 피해가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따라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축으로한 미일간 전역미사일 일방위(TMD) 구상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일 방위청 소식통은 전했다.
걸프전에서 이라크가 발사한 미사일은 스커드미사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는 이라크가 개량한 중거리 탄도미사일 「알 후세인」이다.
미국이 이라크의 알 후세인 미사일을 패트리어트로 공중에서 요격하는 광경은 전세계에서 TV로 중계돼 패트리어트가 꿈의 첨단무기인 것 같은 인상을 심어줬다.
이라크가 발사한 알 후세인은 모두 88발. 이 가운데 42발은 이스라엘에,46발은 사우디 아라비아와 걸프연안 국가를 향해 발사됐다.
미군은 당초 96%를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92년 4월 미 의회에 최종적으로 보고된 미군자료에 따르면 이스라엘에서 40%,사우디아라비아에서 70%의 명중률을 보였다고 당초 보고서를 하향수정했다.
미 회계검사원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하원 정부활동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스커드는 낙하도중 폭탄이 장착된 탄두와 추진부가 분리되기 때문에 피해를 받지 않으려면 탄두부분의 파괴가 필요한데 탄두부분이 패트리어트에 의해 확실히 파괴된 것은 9%에 지나지 않았다』며 패트리어트 신화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보고서는 이밖에 스커드를 향해 발사된 패트리어트 가운데 16%는 스커드 부근을 지나긴 했으나 탄두를 파괴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TV에서는 패트리어트가 스커드를 차례로 파괴하는 것으로 비춰졌으나 양 미사일의 속도가 빨라 TV화면에서는 패트리어트 탄두가 폭발한 뒤 스커드가 그대로 비행을 계속해도 스커드의 궤적이 잡히지 않아 파괴된 것처럼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 미국의 전문가는 이 보고서에 앞서 시가지에 떨어진 스커드와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잔해로 부상자가 50%,아파트파괴는 3배나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TMD협회를 위해 지난 22일 일본에 온 미 국방차관은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격파율이 70∼80%라고 밝혀 일 방위청 관계자들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아사히(조일)신문은 『패트리어트의 탄두파괴율이 겨우 9%에 지나지 않는 등 공중에서 미사일탄두를 완전히 요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엄청난 돈이 드는 TMD구상은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어쨌든 패트리어트미사일은 95년부터 일본에 도입,배치된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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