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창의성 침해 인정-영화 사전검열 위헌제청 의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공연윤리위원회와 영화계가 계속 공방전을 펴왔던 현행 공륜의 영화 개봉전심의제도가 마침내 헌법재판소의 위헌심판에 올라 그 결과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8일 서울지법 金建鎰판사가 영화상영전 공륜의 심의를 받도록 한「사전검열제」가 헌법이 보장한 언론.출판의 자유와 창작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영화사 장산곶매 대표 姜憲씨(31)가 낸 위헌심판제청신청을 받아들여 영화법12조 1 ,2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제청한 것.
金판사는 이와함께 국제간의 우의를 훼손하거나 국민정신을 해이하게 할 우려가 있을 때에는 심의필증을 내줄수 없도록 한 영화법 13조 4,5항의「사전심의 기준」이 지나치게 자의적.추상적이며 모호하다고 역시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장산곶매 대표 姜씨는 지난해 4월 전교조 해직교사 문제를 다룬 영화『닫힌 교문을 열며』를 공륜의 사전심의없이 상영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되자 담당재판부에 위헌심판 제청신청을 냈었다.
현재 공륜의 사전심의제는 일부 대사.장면을 필요할 경우 가위질한 다음 이를 4등급(연소자.중학생이상.고교생이상.성인용)으로 나눠 개봉을 허가하고 있는데 이때문에 영화계는▲대사.장면삭제는 창작의 자유를 침해하고▲등급구분 또한 명확한 기준이 부족하다며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 왔다.
영화계는 사전심의의 숨은 목적은 정치.사회상황을 비판하거나 우리사회의 부조리한 면을 묘사한 영화가 관객과 만나는 것을 미리 봉쇄,영화진흥은 아랑곳않고 영화를 정권안보차원에서만 다뤄왔다고 주장해왔다.
사실 영화계의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듯 그동안 공륜은 특히 5,6共하에서 많은 가위질을 해 영화인들의 소재선택과 연출의욕을 꺾어왔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만 들어봐도 金洙容감독의 은퇴선언을 몰고온『허튼소리』파동,李長鎬감독의 소설『客地』영화화 포기,『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만들었으나 가위질 당한데 이어『여왕벌』의 개봉좌절로 미국이민을 떠난 李元世감독의 경우,노동 자문제를 다룬朴鍾元감독의『구로 아리랑』파문등 한두가지가 아니다.
때문에 영화계는 사전심의제 철폐가 영화발전의 첩경이라고 주장해왔고 공륜도 최근 문민시대에 발맞춰 외국의 경우처럼「영화의 등급심의제도」를 검토하고는 있으나 결정을 못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영화의 등급심의제도」는 미국의 예를 들면 영화의 내용은건드리지않고 관람층만을 규정하는 것으로 PP(모든 연령 입장가),PG(부모지도),PG13(13세이하 부모주의),R(17세미만 보호자동반),NC17(17세미만 입장금지),X( 포르노)등으로 구분되어 있다.
헌법재판소가 현심의제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리면 半官半民형태의공륜은 그 위상이 뿌리째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영화계에도「혁명적」변화가 올 것이 틀림없다.무엇보다도 소재제한의 강제성이 사라지고 심의후 개봉이라는 현제도가 없어져 어떤소재든 제한없이 상영할수 있게 된다.
그러나 건전한 사회비판영화와는 관계없는 저질영화에 대한 사회적 방어책을 강구해야한다는 문제가 남아있게 된다.
〈李憲益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