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기막힌 일 당한 부녀의 한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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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세상에 이런 기막힌 일이….』 지하철공사 작업중 사고로 하반신을 못쓰게 된 남편(尹炳泰.47)과 괴한의 칼에 머리를 찔려 사지가 마비된 여중생 외동딸(英蘭.14)부녀를 한강성심병원에 나란히 입원시킨 吳英順(39.경기도 안성)씨는 더이상 말을잇지 못했다.
논2천평으로 근근이 생계를 꾸리던 남편 尹씨는 89년 겨울 농한기에 서울의 한 지하철 공사장에서 막일을 하다 발을 헛디뎌10여m아래로 떨어지는 바람에 척추가 부러져 하반신이 마비되고말았다. 산재보상금 5천만원을 쪼개쓰면서 어렵사리 연명하던 尹씨 가정에 지난해 1월 또 한차례 불운이 닥쳤다.
英蘭양이 읍내에 다녀오다 30대가량의 남자에게 영문도 모른 채 뒷머리를 칼에 찔려 호흡신경을 다치는 바람에 목아래 온몸을못쓰는 불구가 된 것.
부녀의 입원.치료비는 보험으로 처리되고 있지만 휠체어.소변처리용기등 보장구와 병원밖에서 구입하는 약값등 부대비용은 보험처리가 되지 않아 산재보상금으로 받은 생활비마저 금세 바닥나버렸다. 당장 생계가 어려운 형편이지만 땅이 있다는 이유로 관청으로부터 아무런 생계보조도 받지 못한다.
尹씨 가족의 가슴을 더욱 저미는 것은 英蘭양을 칼로 찌른 범인이 누구인지 막막한데다 경찰측이 수사마저 중단해 버린 일이다.사고직후 수사에 나선 안성경찰서에서는 단서나 용의자가 나타나지 않자 수사개시 두달만에 손을 놓아버렸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부녀가 병원에 누워있는 동안 尹씨의 할머니와 부친이 잇따라 화병으로 세상을 떴고 尹씨의 모친(72)마저 몸져 눕고 말았다.불과 3년만에 잇단 비극으로 풍비박산된 尹씨의 가정은 가을햇살조차 서럽게 느껴지고 있다.
바람이 있다면 경찰이 적극 수사를 통해 범인을 잡아주기를 간절히 빌뿐이다.
〈姜贊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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