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MTV 엄마의바다-신세대 사랑법 안방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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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근 젊은 직장인을 대상으로한 여론조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1위를 차지한 탤런트는 뜻밖에도 신인 고소영이었다.또 같은 여론조사에서 여성들을 상대로「가장 사귀고 싶은 연예인」을물은 결과 가장 많은 응답자가 MBC-TV『엄마 의 바다』에서고소영의 애인으로 등장하는 이창훈을 꼽았다.『엄마의 바다』출연전까지만해도 고소영과 이창훈은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신인들이었다. 이 두 신인이 갑자기 젊은층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극중에서 보여주고 있는 신세대 사랑법이 화제가 되면서부터다.고소영은 몰락한 부잣집의 막내딸로 자신의 욕구에 솔직하고 물질적인 소비생활에 길들여진 여대생.집안이 망했는데 현실을인정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세상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일상의 자잘한 일에도 금세 웃음을 보이는발랄함을 잃지 않고 산다.이창훈은 화목한 부잣집 아들로 물질적궁핍을 모르고 자란 아이들의 넉넉함에 다 사려깊은 면모도 갖춘보기드문 젊은이다.그는 진지하지만 심각하지 않고 부드러우면서도단호하다.
이런 두 성격의 남녀가 만나 빚어낸「고소영식 사랑법」은 흔히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신세대식 사랑의 특징적 요소들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영화 관람도중 고소영이『콘이 먹고 싶다』고 하면 이창훈은 주위의 눈총에도 불구하고 군말없이 다녀온 다.이런 행태는 TV속에서 신세대들의 일반적인 풍속도로 그려진다.SBS-TV주말연속극『산다는 것』에서 은표(유호정扮)와 풍개(박형균 扮)의 연인관계도 비슷하다.신세대의 연인상은 예외없이 자기주장이강하고 욕구가 많은 여자와 이를 존 중하거나 최소한 방관하는 남자로 인물의 성격이 규정된다.
이런 인물설정의 도식은 그 자체에 여성의 지위를 격상시켜야 된다는 작가의 강한 메시지가 내포돼 있다.아직까지 여성의 지위가 많이 개선돼야 한다는데 공감한다면 이 도식은 나름대로 계도적 기능을 하고 있는 것으로 긍정적 평가를 할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TV속의 신세대식 사랑법을 한꺼풀만 벗겨보면 60년대식 사랑법과 별로 다르지 않다.극중 신세대 여자의 애인은 언제나 개인주의적인 생활에 익숙해진 신세대 젊은이들에게 타인에 대한 최대한의 배려를 이식시켜놓은 가공의 인물들이다 .이런 인물들을 앞에 놓고 그들의 주장과 사랑을 얘기하는 것은 변형된 신데렐라 콤플렉스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새로운 신세대식 사랑법은 현실감이 있는 남자를 상대역으로 설정하지 않으면 맥도널드 도넛 체인점에서 이루어진 60년대식 신파와 별로 다를 것이 없을듯 싶다.
〈南再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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