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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극장가 중국계 영화 회오리-임재철 특파원 현지보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최근 미국 극장가에「黃色돌풍」이 불고 있다.
홍콩의 吳友森감독이 할리우드에 진출해 만든『하드 타깃』을 비롯해 대만 출신 李安감독의『결혼 피로연』,중국계 미국인인 웨인王의『조이럭 클럽』이 잇따라 성공을 거두고 있어 미국 극장가 일각이 마치 중국인에 의해 점령된듯한 인상마저 주고 있다.
이중 특히 이변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결혼 피로연』의 히트다. 미국 영화시장에서는 전통적으로 외국영화들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일부 지식층을 제외하면 관객 대부분이 자막이 나오는 외국영화에 익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또한 미국영화가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 아래 외국영화에는 무관심한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비록 미국을 무대로 하긴 했지만 주인공이 중국인이고 상당부분의 대사가 중국어인『결혼 피로연』의 성공은 따라서 대단히 이례적인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올 초 베를린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한 바 있는『결혼 피로연』은 감독인 李安 자신의 성장과정이 배경이 된 영화.게이(동성연애자)인 한 미국주재 중국인이 부모의 강요에 못이겨 억지결혼을 하게 되면서 겪는 해프닝을 유머러스하게 그 리고 있다.
주인공 웨이텅은 남자애인 사이먼과 함께 그리니치 빌리지에 살고 있는 게이다.게이인 사실을 숨겨온 그는 대만에 있는 노부모로부터 끈질지게 결혼독촉을 받고 억지 결혼을 한다.
신부 화가 위위는 중국대륙 출신으로 미국 영주권을 얻기 위해그와의 결혼을 승낙한다.죽기전에 꼭 손자 안아보기를 고대하던 그의 부모들은 급기야 대만에서 뉴욕으로 날아온다.결국 이 한쌍의 커플아닌 커플은 결혼 피로연을 갖게 된다.
李安은 이 영화를 통해 동.서양의 가족관,그리고 세대간의 감각과 의식차이를 재치있게 보여준다.
올해 38세인 李安은 대만에서 대학입시에 실패해 어쩔수 없이미국으로 유학,뉴욕대학 영화학과를 졸업했다.장편영화 두번째 작품인『결혼 피로연』의 성공으로 그는 候孝賢. 楊德昌에 이어 대만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감독으로 떠오르고 있 다.
『조이럭 클럽』으로 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웨인 王은 미국 인디펜던트영화 출신이다.그는 80년대중반 『딤 섬』『차나 한잔 마시지요』등 중국이민사회의 모습을 섬세한 연출로 그려낸 영화들로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바 있다.
올리버 스톤이 제작을 맡은 신작『조이럭 클럽』은「손수건을 여덟개는 준비해야 할 영화」라는 광고문안대로 전통적인 여성멜러영화다.일본의 중국침략으로 헤어져야했던 네쌍 모녀들의 파란만장한인생역정을 그린 이 영화는 재미 중국작가인 에이 미 탄의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다.
이러한 「황색돌풍」의 진원지는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역시 홍콩에서 날아온 吳友森 감독이다.
액션물『하드 타깃』에 발맞추어 미국에서 선보인 홍콩시절 작품인『첩혈쌍웅』『첩혈속집』은 안무에 가까운 독특한 액션연출로 이곳의 영화팬들을 매료시켰다.
특히 그의 경우는 일반관객보다 비평가들이나 영화광들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의 높은 인기는 걸작영화만 엄선해 레이저디스크로 내놓는 「크라이티리언 컬렉션」에서 최근『첩혈쌍웅』을 특별판으로 발매한 것에서도 잘 알수 있다.
한편 중국영화들의 이같은 인기와는 대조적으로 9월말에 뉴욕의월터 리드 극장에서 1주일간 상영된 한국 배용균감독의『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은 일부 영화광들 외에는 거의 주목하지 않은채 막을 내리고 말았다.
『禪的인 탐색이라는 주제는 좋지만 너무 난해하다』는 것이 이영화에 대한 미국에서의 일반적인 평가였다.한국영화에 있어 아직도 미국시장은 높은 벽으로 남아있음을 새삼 실감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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