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결혼풍속 개성화.이벤트화 새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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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지난달 20일께 釜山의 예비신랑 裵모씨(29.회사원)는 이달30일 결혼식을 앞두고 예비신부와 함께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싸들고 첫비행기로 상경했다.이들이 찾아간 곳은 최근 이색적인 결혼사진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서울 압구정동의 웨딩 사진 전문 스튜디오인 황동식 스튜디오.이곳에서 이들은 미리 대기하고 있던 메이크업 전문가의 손을 거쳐 치장을 하고 스튜디오와 롯데월드 매직아일랜드에서 사진작가의 요구에 따라 포즈를 바꿔가며 사진촬영을 했다.
이들이 결혼준비로 가장 바쁜 시기에 천리길을 마다않고 서울로달려온 이유는 만화 주인공같이 만들어주는 컬러링,동화속의 왕자.공주같은 분위기를 내는 컬러 솔라리제이션,신비한 분위기의 인물사진으로 누구나 예뻐 보이는 팬터지 테크닉등 10여가지 새로운 기법을 사용한 이색적인 결혼사진첩을 만들기 위한 것.이들에게 가장 바쁘고도 긴요한 결혼준비는 바로 일생동안 간직할 결혼사진집을 만드는 일이었다.
지난봄 태릉 크레이사격장에서 벌어진 金모씨(38)의 결혼식에는 많은 하객이 총을 들고 입장했는가 하면 결혼식 말미에는 때아닌 총성까지 3발이 울렸다.이 총성은 사격동호인인 신랑.신부,주례가 꽃으로 장식된 표적에 결혼축하 사격을 한 것.또 이들의 동호인들은 입장과 퇴장때 총을 들고 사열 하기 위해 결혼식장에 총을 갖고 간 것이다.
최근 신세대들의 변모된 결혼풍속중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 결혼사진과 결혼식의 개성화.이벤트화다.
야외촬영 결혼사진은 90년 들어서면서 급속히 대중화돼 한때 1백만원을 호가하던 사진집이 30만~70만원대로 떨어졌으나 신세대들은 구태의연한 옛날 사진방식(?)보다 골동축음기의 小品이용등 더 새로운 것을 찾기에 안간힘을 쓴다.
결혼식의 필수과정인 비디오제작도 달라졌다.종래 결혼식만 담담하게 찍던 비디오촬영은 이제 구세대의 유물.성장과정,연애시절의재연,주변사람들의 인터뷰등이 들어간 결혼 다큐멘터리나 결혼장면.연애장면등이 음악에 맞춰 뮤직비디오처럼 펼쳐지 는 결혼 뮤직비디오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결혼 다큐멘터리 비디오를 처음으로 제작한 폭스힐 라이브 센스의 趙혜원씨는 『특색있는 비디오 제작은 학력이 높고,전문직을 가진 사람들이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내년 봄 결혼예약까지 들어와 있을 정도로 인기다』고 말했다.
이러한 개성적인 결혼식을 위해 예비 신랑신부가 찾는 곳은 예식장이 아닌 결혼 이벤트회사.식당.공원.저수지.바닷가등 원하는장소면 어디나 결혼식장으로 꾸며주고 프로그램을 짜주기 때문이다.이에따라 현재 50여개의 이벤트사들도 매년 4 ~8배정도의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10월에는 이벤트사와 관련업계가 연합하는 가칭 결혼 대행업체 연합회까지 발족할 예정일 만큼 호황을누리고 있다.
신세대들은 이렇게 결혼식.사진등 추억만들기에는 열성이나 혼수.예단.하객접대등에서는 이만저만 실속을 차리지 않는다.최근 결혼식에서 도시락을 식사로 돌리는가 하면 전화카드로 인사하는 예도 심심치않게 나타난다.예단도 돈으로 대신하고,다 이아몬드 반지 대신 18K금반지를 똑같이 만들어 끼는 것도 실속파 신세대들의 신풍속.호화혼수보다 꼭 필요한 물품을 할인매장에서 한꺼번에 구입하는 알뜰함과 개성을 갖춘 것이 바로 요즘 신세대들이다. 〈梁善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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