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소환 불응 두 의원 체포영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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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은 송영진(宋榮珍.열린우리당).김운용(金雲龍.민주당) 의원의 갑작스러운 행동이 수사에 차질을 주고 있다. 해외로 출국하려다 저지당하거나 돌연 입원한 것이다. 두 의원 측은 "이런 행동이 수사를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를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宋의원은 2002년 대우건설로부터 수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8일 미8군 카지노를 출입하며 도박을 한 혐의(상습도박)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金의원은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 선임 대가로 전직 위원 2명에게서 5억여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와 세계태권도연맹 등의 공금 수십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출국 시도=대우건설의 정.관계 금품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蔡東旭)는 지난 8일 송영진 의원이 뇌물을 받은 사실을 포착했다. 이에 따라 9일 宋의원을 출국금지한 뒤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물론 宋의원에게는 출국금지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자신에게 죄어오는 수사를 의식했는지 그는 휴대전화 번호와 승용차를 바꿨다. 10일에는 국회의원 공무여권이 아닌 일반여권으로 공항에서 일본항공(JAL)을 통해 출국을 시도하다 여권을 압수당하기도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宋의원을 13일 소환했는데 '주변 정리 등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하루 늦춰달라고 해 14일 재소환했는데 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宋의원 측근은 "宋의원이 경기도 소재 기도원에 들어가 마음을 정리하고 있다"며 "하지만 15일 중 검찰에 출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측근은 또 "일본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출국하려 했을 뿐 도피 의사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宋의원 측은 "대우건설로부터 2002년 초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은 돈 1억5천만원을 받은 적은 있으나 대가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宋의원은 당시 이인제(李仁濟)후보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러운 입원=김운용 의원은 서울지검으로부터 13일 출두 통보를 받았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검찰은 전날 밤 金씨에 대한 체포영장까지 발부받았다.

金의원은 13일 오후 11시30분쯤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응급실을 찾은 뒤 곧바로 심장-혈관병동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병원 관계자는 "金의원이 혈압이 높은 데다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있어 1주일 정도 치료받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金의원 측 관계자는 "金의원은 2~3년 전부터 뇌신경.심장치료약을 들고 다니며 복용해 왔다"며 "최근 모든 공직을 사퇴한 뒤 몸이 더 나빠졌다"고 주장했다. 金의원은 지난 9일 국회의원과 세계태권도연맹 총재.국기원장 자리에서 사퇴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검찰은 "金의원의 상태를 병원 측에 확인한 뒤 가능하면 15일 출두해달라고 다시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하재식.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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