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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부처/연휴잊은 국감준비/매년 똑같은 자료 반복요구 곤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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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막연·중복된것도 많아 골머리/쟁점 미리 파악 모범답안 마련
새 정부들어 처음 실시되는 국정감사 준비로 정부 청사에 비상이 걸렸다. 부처별로 핵심부처는 대부분 추석연휴를 반납했고 일요일까지 밤샘작업을 할 판이다.
의원들의 요구 자료가 많은데다 부처에 따라선 골치아픈 현안이 적지않기 때문이다. 부처들이 똑같이 겪은 곤욕은 의원들의 터무니없는 자료요구. 매년 똑같은 자료를 되풀이 요구하는가 하면 해당부처가 3년간 만든 문서·수발문서 등을 모두 내놓으라고 한다. 심지어 체신부의 경우 1년치 체신부 관련기사 사본을 모두 내놓으라는 주문도 있다.
총리실에선 이미 민주당에 넘겨준 3백쪽짜리 「김대중 납치사건 수사보고서」를 민주당의원이 다시 요구해 복사해 줬다.
○「DJ납치」 최대쟁점
▷정치·안보부처◁
총리실 감사에서는 김대중씨 납치사건이 최대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며 전직대통령 문제,해외 도피중인 과거 정부의 고위층 인사문제 등이 거론될 예정이다.
1백50건 가량의 요구자료 가운데는 90년이후 생산·수발·관리한 문서 일체를 요구한 것도 있고,각부처 고유업무와 관련돼 해당 상위와 중복 요구된 것도 많다. 김영삼대통령의 개혁조치 사례를 모두 내놓으라는 막연한 것도 있다. 또 정부가 관리하지 않는 통계를 각 부처에서 받아 취합해줄 것을 요구한 의원도 있다.
통일원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 요구자료는 모두 3백85건으로 남북대화관계,핵­경협 연계정책의 근거,남북교류 현황,북한의 노동1호 미사일문제 등에 집중됐으나 엉뚱한 자료요구도 많아 직원들로부터 눈총을 받았다.
민자당 초선 모의원은 몇년째 고정 배포물이 된 통일고문회의 위원 및 현황에서부터 안기부 보안감사내용,자료제출이 불가능한 통일관계장관회의 회의록을 요구했으며,모중진 의원은 통일원 1급직원 인사사본을 요구해 통일원 관계자들이 『목적이 뭐냐』며 아리송해 하고 있다.
외무부를 상대로 여야의원들은 주로 대러시아 경협차관 지원배경(18건),KAL기 배상문제(4건),정동 러시아 공관부지 문제(7건),용산기지 이전·방위비 분담문제 등을 주로 물었으며,특히 북한 핵문제에 대해선 여러 의원들이 중복 질문했다.
또 과거 들추기차원에서 외교 관례상 공개하기 힘든 자료들을 많이 주문해와 답변준비에 진땀을 흘렸다.
○홍역치러 다소 홀가분
국방부는 율곡사업·하나회 등 지난해 국정감사까지만 해도 쉬쉬하며 감추기에 급급해왔던 현안들이 새 정부 출범이후 속속 불거져 한바탕 홍역을 치른 탓에 비교적 홀가분하게 국정감사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의원들이 신청한 2백32건의 자료를 토대로 차세대 전투기사업(KFP),K­1 전차포수조준경 선정배경 등 율곡사업과 군개혁 조치현황,병무부조리문제 및 과거사 정리차원의 12·12사태,삼청교육대 문제,국방과학원 강제해직자 복직문제 등을 예상쟁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부의원은 「몇년부터 몇년까지의 자료일체」라는 식으로 방대한 양의 자료를 요청,국방부는 고민끝에 해당의원에게 어려움을 설명해주고 가까스로 해결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지난 국정조사와 같이 이번에도 평화의 댐과 율곡사업 특별감사결과에 감사가 집중될 것으로 보고 준비중이다.
특히 민주당이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의 국회증언을 관철시키기 위해 이들의 위법적 통치권 행사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고 대비하고 있으나 이회창원장의 감사원 활동에 본직적 시비 제기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감사원은 율곡사업·평화의 댐과 관련,방대한 자료를 요구받았으나 그 내용이 2급비밀로 처리돼 있어 이를 제출자료에는 포함시키지 않고 감사 당일 의원들의 양해를 얻어 현장에서 비공개로 제출할 방침.
총무처는 재산심사문제가 가장 중요하게 거론될 것으로 보이며,지난해부터 여야간 쟁점이 돼온 정보공개법과 행정절차법의 조기추진이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임박한 정부조직 개편문제,공무원 봉급동결과 사기진작책,광주민주화운동관련 서훈자의 서훈취소문제 등이 거론될 예정이다.
○실명제자료 20∼30%
▷경제부처◁
재무부는 금융실명제·토지초과이득세 등 굵직한 현안 때문인듯 산하기관을 포함,5천4백33건의 요구자료를 만드느라 핵심부처 요원들이 추석에도 정상출근하며 답변자료를 만들었다.
실명제관련 자료요청은 전체의 20∼30%. 이같은 요구자료 외에도 실명제가 진행형 현안이기 때문에 소나기식 질문공세로 시달릴 것을 미리부터 각오하고 답변준비에도 진땀을 빼고 있다.
민자당 측에선 그동안 요구해온 장기저리채권의 발행이 수용돼 가장 큰 문제는 해결됐다고 보고 있으나 민주당의 긴급명령 대체입법 요구,세제개편안과 관련된 세율의 추가인하,토초세의 부작용을 줄이기위한 대책마련 요구 등이 쟁점이 될것으로 보고 대응논리의 개발에 부심하고 있다.
건설부는 지난달 27일부터 국정감사 실무반을 설치,본격적인 국감준비에 들어갔다. 총무과는 회의장에 의원들의 좌석배치도를 작성하고 의원 접대지침을 마련하는가 하면 각 실·국은 의원들이 요구할 것으로 보이는 각종 자료를 챙기고 있다.
건설부는 지난달 27일 개발제한구역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자마자 민주당이 그린벨트 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별도의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서 그린벨트를 둘러싸고 한차례 파란이 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건설부 산하의 주공·도공·토개공·수자원공사도 야당의원들이 신정부 흠집내기 질의를 퍼부을 것으로 보고 취약한 부분의 자료를 보완하고 대응논리를 찾기에 분주하다. 국감이 4일인 주공과 5일인 토개공은 추석연휴에도 핵심부서 직원들이 정상출근,국회 제출자료를 정리했다.
특히 공직자 재산공개 이후 재산상태에 의혹이 제기된 주공사장은 의원들이 이를 물고 늘어질 가능성에 대비,소명자료까지 준비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호된질책 사전대비도
▷사회·문화부처◁
법무부와 검찰은 지난달 단행된 인사로 국정감사 실무 부서장이 대부분 교체된 탓에 업무파악에 여념이 없는 모습.
검찰은 특히 의원들의 자료제출 요구가 공안사건에 집중되던 예년과 달리 ▲카지노·슬롯머신업계 비리사건 ▲포항제철·동화은행·한양·라이프 비자금사건 ▲율곡사업비리사건 등 소위 사정관련 자료에 주문이 폭주하자 정치권의 비자금유입 의혹 및 대기업 로비 의혹 등 답변자료 준비와 점검에 주력하고 있다.
법무부 검찰국,대검 총무·중수부,서울지검 형사6·총무부를 중심으로 예상질문과 답변자료를 취합하고 있는 검찰은 대형사건 수사가 지검­대검­법무부­청와대로 이어지는 다단계 보고채널을 가진탓에 자료확보가 다소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그러나 김근태씨 고문사건 관련 경관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처리와 택시기사 보험사가 고문사건 등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사실대로 밝히고 잘못을 반성하는 것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호된 추궁을 각오하는 모습.
검찰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개혁의 대상으로 비치고 있는데 대해서는 모범답안이 없어 크게 고심하고 있다.
보사부에 대한 국회요구 자료는 지난해에 비해 1백여건이 늘어난 1천4백56건으로 2t트럭 한대분. 보사부는 의원 개인별로 중첩되는 자료를 가려내 공동답변자료를 만드는 등의 방법으로 가능한한 자료량을 줄이려고 애썼으나 자료가 몰린 위생국·약정국·의료보험국의 일부과 직원들은 추석연휴를 모두 반납했다.
보사부는 특히 7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한·약분쟁외에 국민생활과 직결된 수입식품 검역문제(수입밀 농약검찰시비),식품위생문제(사료용 귀리 유아식사용),시판허용도 못하고 단속도 못하는 생수문제,검·경의 수사를 받은 의료부조리 등 의원들의 집중포화가 예상되는 난제들이 산적해 있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번 국감을 통해 보건의료정책의 허점과 문제점이 크게 부각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보사부 관계자들은 『있는대로 보여주고 분명한 대책을 제시하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을 것 같다』고 무거운 분위기.
○난제 많아 전전긍긍
교육부의 경우 중앙부처중 최대규모인 1천7백여건의 의원요구자료 준비때문에 일상업무는 거의 마비된 상태.
관계자들은 전교조 해직교사 복직문제 등 중요현안은 아예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장관이상선에 맡긴다해도 입시제도의 난맥상,교사임용문제 등에 대한 의원들의 추궁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노동부도 연초부터 곤욕을 치른 현대그룹 노사분규 등 굵직한 현안이 많아 초긴장상태다. 특히 이인재장관의 무노동 유임금과 관련한 행정능력과 노동철학도 국정감사의 도마위에 오를 것이라는게 실무진의 전망이다.
이 장관은 최근 『각종 보고서와 의원 요구자료 작성은 노동부의 정책기조와 어긋나지않게 유의하고 추상적 표현은 피하고 각종 통계 등을 인용,상세하게 만들라』고 각 실·국장들에게 지시했다.
문화체육부는 문화부와 체육청소년부가 통합된 이후 처음 치르는 국감준비를 위해 행정관리과의 국회준비팀을 중심으로 9월초부터 일요일도 쉬지못한채 작업을 벌여왔다. 문체부가 마련한 답변자료는 4t트럭 한대분량으로 체육분야가 전체의 60%를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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