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경기 바닥 헤맨다-韓銀 3분기동향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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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그간의「司正 불황」에 이어 이제「實名 불황」까지 겹치는 것일까.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기업景氣조사 결과(9월1일부터 10일까지 매출액 5억원 이상 2천4백여 기업대상조사)를 보면 실제 경영일선을 뛰는 기업인들의「感」이 지난 3.4분기에 찬물을 뒤집어 쓴 듯 갑자기 냉각되었음이 뚜렷이 드러난다 .
우선 지난 3.4분기의 제조업 경기는 지난해 4.4분기나 올1.4분기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경기의「바닥」이라고 보았던 올 1.4분기까지의 상황이 2.4분기에 좀 나아지는가 했는데 3.4분기에는 다시 푹 꺾여 「바닥」과 진배 없는 상황으로 되돌아갔다는 인식이다.
둘째 3.4분기 제조업 경기에 대한 기업인들의 전망(2.4분기에 했던 전망)과 실적 평가가 크게 벌어졌다.
지난 2.4분기 조사 때「3.4분기에 가서는 상황이 전반적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그래도 갖고 있었던 기업인들이(전망치 1백9)3.4분기를 지내고 나자「2.4분기보다 더 나빴다」며 당초의 전망과는 아예 정반대의 추세로 돌아 선 것이다.
한은의 설명에 따르면 전망치와 실적치는 대개 「실적이 기대에못미쳤다」 또는「기대는 항상 크다」는 식으로 나타나게 마련이지만 그래도 그 차이는 실적치가 기대치보다 10~12 포인트 낮게 잡히는 것이 일반적이다.그러나 이번 3.4분 기에는 그「실망의 落幅」이 32포인트로 지나치게 크다.
셋째 非제조업 쪽에서의 기업인들의 感은 제조업보다 훨씬 나쁘다. 3.4분기 실적에 대한 평가는 겨우 65로 지난해 4.4분기나 올 1.4분기보다 더 낮다.
아무리 제조업보다 비중이 덜 한 비제조업이라 하더라도 실적지수 65는 경기 好.不好의 경계선인 1백과 지나치게 멀어져 있는 수치다.
넷째 제조업에서의 설비투자가 점점 더 심각한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설비투자실행 實査지수」라는 항목이 있는데 이는 당초 계획대로 설비투자를 했는지 묻는 항목이다.이 지수가 지난 1.4분기88을 기록한 이후 분기마다 87,82등으로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기업인들이 느끼는 感이 왜 이토록 나빠졌는가에 대한 사후적인해석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조사시점이 실명제 시행 초기였으므로 불안심리가상당히 반영된 것 같다』고 전제,『노사분규 장기화,이상저온에 따른 여름성수품의 판매 부진,건축활동의 지장,경기회복지연 등이복합적으로 나타난 듯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신경제 1백일 계획등 새정부가 출범하면서 내놓은 여러 경기활성화대책이 司正과 맞물리면서 퇴색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고,여기에 실명제가 겹침으로써 실물경기의 주름살은 더 깊어질 것이라는 해석을 하고 있다.
어떤 해석이 옳은지 찬반 양론이 있을 수 있으나 문제는 앞으로의 경기 전망이다.
이번 조사에서 4.4분기의 전망치가 97로 올라가긴 했다.
그러나 3.4분기의 전망과 실적 격차가 32포인트나 됐던 점,통상의 격차가 10포인트 이상이라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4.4분기의 실적치도 「80대 중반」이상을 넘지 못하리라는 것이일반적인 예상이다.
4.4분기의 실적치가 발표되고 나면「實名 경기」가 기업인들의感에 의해 어떻게 나타나는 지를 다들 볼 수 있을 것이다.
〈梁在燦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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