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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線' 달라지나] 연두회견 화두는 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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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집권 2년차를 맞은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경제 챙기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하면서 경제부처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지난 1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얻은 귀중한 학습의 결과를 허술하게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총선과 검찰 수사 등으로 사회 분위기가 어수선할수록 '경제 살리기'의 중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盧대통령이 기자회견 내내 강조한 '경기회복'과 '일자리 창출'은 이제 한가한 구호의 단계를 넘어섰다. '고용 없는 성장'으로 대표되는 우리 경제의 문제를 정면으로 풀지 않으면 총선도 없고 미래도 없다는 위기의식이다.

노조에 대한 盧대통령의 강경한 어조도 이 같은 인식의 연장선상에 있다. 일자리 만들기가 최선의 복지정책이란 盧대통령의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경기 살리기=盧대통령은 지금까지의 불경기에 대해 "단기간에 회복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지닌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경기회복의 따뜻한 기운이 서민의 피부에 와닿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경기를 확실한 회복세로 끌어올리기 위해 재정을 앞세워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을 펼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상반기 중에 전체 재정의 54.8%에 해당하는 예산을 조기에 집행하고, 올해 5조원의 균형발전 특별회계자금을 지방 경제에 퍼부을 계획이다.

그러나 내수와 수출의 불균형으로 왜곡된 경제성장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당장 보이지 않는 데다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사업에 예산이 집중될 경우 재정 주도의 부양책에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일자리 늘리기=경제성장의 '파이'를 키워가기 위한 노사 간의 사회적 합의가 최우선 과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상반기 중에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지도자 회의'를 개최하고 여기서 나온 합의를 바탕으로 일자리 창출 종합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 방안에는 금융.의료.법률.컨설팅 같은 지식산업과 함께 고용효과가 크고 서민경제와 밀접한 유통.문화.관광.레저 등 서비스산업을 발전시켜 30만~35만개의 일자리를 새로 창출해 내는 구상이 담길 예정이다.

여기에는 일자리 나누기(워크 셰어링) 실시 기업에 대한 교육, 훈련비 지원, 인턴사원에 대한 세금 감면 도입, 각종 금융.세제지원 방안이 포함된다.

그러나 제조업 이탈을 막고 고용구조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일자리 창출 정책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부동산 가격 안정=정부는 올해 부동산 투기근절을 위한 감시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국세청이 총대를 메고 단속을 계속한다. 다만 부동산 시장에 대한 고삐를 지나치게 잡을 경우 시장을 죽일 가능성도 있다. 경기를 살리기 위한 부양책과 상충될 가능성도 있다.

◇노사관계 안정=盧대통령은 일자리를 만들려면 기업들이 투자를 늘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노사관계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는 우선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노사관계 법제는 노동계나 사용자의 반발이 있더라도 과감히 바꿀 계획이다.

특히 파업기간 중 임금 지급,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 관행 등은 노동환경이 과거와는 달라진 만큼 손질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또 쟁의행위가 불법인지 아닌지에 상관없이 사용자의 직장폐쇄를 허용하는 등 파업에 대한 사용자의 대응권도 강화할 계획이다. 대신 올해 안에 공무원 노조법을 만들고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처벌수위도 높일 예정이다.

홍병기.정철근 기자<klaatu@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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