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극장가 관객끌기 경쟁 뜨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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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올 추석 극장가도 흥행경쟁이 치열하다.
올 추석엔 여름대목을 휘어잡은 『주라기공원』이나 『클리프행어』같은 대작이 없는 대신 다양한 경향의 영화들이 뒤섞여 있어 영화팬들에겐 보다 좋은 영화를 즐길수 있는 기회가 될 것같다.
흥행전선의 선두주자는 단연 할리우드의 직배영화.이미 개봉된 『도망자』가 착실하게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는 가운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은퇴를 앞둔 대통령경호원으로 열연하는 『사선에서』와미남스타 톰 크루즈가 성숙된 연기를 선보이는 『 야망의 함정』이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한편 뉴질랜드영화를세계에 알린 제인 캠피온의 『피아노』는 오락성에선 이들 작품에밀리지만 작품성이 빼어난 만큼 성인관객들을 다수 끌어모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영화로는 오랜만에 곽재용감독의 『비오는 날 수채화2』와 신승수감독의 『가슴달린 남자』가 선보인다.분명히 흥행을 의식하고 만들어진 영화들이지만 그리 참신한 소재가 아니라 얼마나 성공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독일 출신의 볼프강 페터슨이 만든 『사선에서』는 잘 다듬어진스릴러다.63년 케네디 대통령 암살사건을 막지못해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죄책감에 시달리는 늙은 비밀경호요원이 현직 대통령을 노리는 암살범과 필사의 대결을 벌인다는 내용 이다.이스트우드의 스타 이미지를 절묘하게 뒤집어 관객의 공감을 끌어들이는 이 영화는 단순한 스릴러와는 다른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다.이스트우드와 살인범역을 맡은 존 말코비치의 연기대결도 볼만하다.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두 사나이의 대화는 기묘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크루즈 주연의 『야망의 함정』은 『사선에서』에 비하면 보다 정통적인 스릴러다.재작년에 졸작『하바나』로 침체에 빠진 것이 아닌가 하는 소리를 듣기도 했던 베테랑감독 시드니 폴락이 재기를 노리고 심혈을 기울인 영화다.존 그리샴의 베스 트셀러를 소재로 만든 이 영화는 끝까지 관객들을 쥐고 놓지 않는 긴박감만큼은 칭찬할만하다.
하버드법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주인공이 엄청난 보수를 받고 입사한 멤피스의 법률사무소가 사실은 마피아 하부조직이었다는 내용의 이 영화는 신출내기 변호사에서 마피아와 맞서 싸우는투사로 변신하는 크루즈의 연기력 성장이 볼만하다 .데이브 그루신의 음악도 훌륭하다.
캠피온의 『피아노』는 작품성도 뛰어나지만 예년의 칸 그랑프리수상작에 비해 난해하다는 인상을 주지않는다는 점에서 흥행에서도어느 정도 가능성이 보인다.
19세기말 원시적인 뉴질랜드의 대자연을 배경으로 영국에서 이주해온 한 여인의 사랑의 격정이 뛰어난 화면속에 용해된다.
이밖에도 주목할만한 작품으로는 보수적인 소련사회에서 한 음악도가 로큰롤에 빠져드는 과정을 그린 『레드 핫』,왕년의 스타감독 로만 폴란스키의 에로틱 스릴러『비터 문』등이 있다.
〈林載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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