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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3사 중장년층 겨냥 드라마 물갈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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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가을 개편을 앞두고 방송3社가 앞다투어 중장년층을 대상으로한드라마를 내놓고 있어 이번 가을개편이 젊은층 취향일변도의 오락프로 제작추세에 일대 변혁을 가져올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중장년층 드라마 바람은 지금까지 주류를 이루어온 MBC-TV『질투』,KBS-2TV『연인』과 같은 젊은층 취향의 트렌디 드라마나 SBS-TV『댁의 남편은 어떠십니까』와 같은 주부드라마들에 대한「너무 가볍고 자극적이다」는 비난여론을 방송사들이 받아들인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세간의 비난 여론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방송사는 역시 공영방송인 KBS.KBS가 내달부터『서른한살의 반란』의 후속으로 방송하는 2TV아침드라마『길을 묻는 여자』(안양자 극본.정병식연출)는 불륜과 같은 중년여자의 방황이나 일상적 인 가족얘기를다룬 기존 아침드라마와는 달리 불치병에 걸린 주부가 가족의 사랑을 통해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21년만에 첫주연을 맡은 박정수가 불치병에 걸린 주부로 등장하는 이 드라마는 심각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만큼 전달방법도 극적 긴박감보다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차분하게 표현할수 있는 3인칭 내레이션으로 처리하는 TV소설적 기법을 사용한 다는 방침이다. KBS가 이달 13일부터 시작한 1TV일일연속극『당신이 그리워질때』(이금림 극본.이영희 연출)도 한 가족 여인 3대를통해 고부갈등등 전통적인 가족관계와 변해가는 생활양식의 조화를모색하고 있는 정통 가족드라마.영화『서편제』에서 오정해의 남동생으로 출연한 김규철과 박지영.김무생.여운계.남일우등이 출연하는데 캐스팅도 인기스타 영입에 연연한 흔적이 없는 점이 눈에 띈다. 개국초기 자극적인 드라마로 단기간에 시청률을 올리는데는성공했지만 그 대가로『모래위의 욕망』이 방송위원회로부터 연출자연출정지를 당하는등 강한 비난여론에 부닥쳤던 SBS도 최근들어드라마의 자극성이 많이 줄어든 편.SBS가 내달4 일 첫방송하는 8부작 테마시리즈『아버지』(이미혜 극본.김한영 연출)는 어머니가 아닌 아버지를 소재로 하고 여자가 아닌 남자를 주시청층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가족들에게 이야기하기어려운 가장의 어려움과 슬픔을 점점 왜소해지는 아버지의 내면세계를 통해 드러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이해받는데 굶주린 중년남성들의 시청이 기대된다.그러나 시청률을 의식한 탓인지 아버지의 방황이 과거 연인과의 사랑이라는 전형적인 멜러적 상황으로 전개되는 극의 구조가 진지한 기획의도를 탈색시킬수도 있는 드라마.
MBC-TV가 내달 새로 선보이는『김家 이家』(이홍구 극본.김승수 연출)는 한국의 대표적인 성씨인 두집안을 통해 간접적으로 가부장적인 가족관계와 현대적인 가족관계의 장단점을 비교해보는 드라마.미국의 코스비 가족을 모방했다는 공개녹 화 시추에이션 코미디 SBS-TV『오박사네 사람들』을 다시 참고한 이 드라마는 희화화하기 쉬운 가부장적인 가족관계쪽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막연히 「전통=봉건적」이라는 인식을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편 방송3사는 내달 18일로 예정된 이번 가을 개편에서 드라마 뿐만 아니라 쇼프로도 10대취향 프로를 대폭 폐지하거나 내용을 바꿀 계획이어서 이번 가을 개편은 중장년층을 위한 프로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南再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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