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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값 슬그머니 올랐다-소설.학술서적등 10~20% 껑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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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13면

책값이 오르고 있다.
서점을 둘러보면 10~20%씩 오른 정가를 달고 나온 책들을흔히 볼 수 있으며 소설류는 5천5백원,시집은 3천원,학술서적은 1만~1만2천원이 보통이다.
이것은 소설 4천8백원,시집 2천5백원,학술서적 9천~1만원하던 지난 해에 비해 10~20% 정도 오른 가격이다.다른 물가와 마찬가지로 책값도 오르게 마련이지만 올해의 책값은 연초나봄학기에 한번씩 오르던 예년과 달리 연중 계속적 으로 인상이 이뤄지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달 들어 값이 오른 책들의 예를 들면 민음사의『삼국지』가 4천5백원에서 5천5백원으로 22%,『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5천원에서 5천 5백원으로 10%,다나의 『야인』이 4천8백원에서 5천5백원으로 15%,문학과 지성사 의『당신들의천국』이 5천원에서 5천5백원으로 10%,홍익의『지상에서 가장슬픈 약속』이 4천8백원에서 5천5백원으로 15% 가량 인상됐다. 이달들어 가격을 인상한 책 중에는 현재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는 것들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것이 또 하나의 특징이다.
고려원의『여보게 저승갈 때 뭘 가지고 가지』가 4천8백원에서5천3백원으로,『마음 한 번 돌리니 극락이 예 있구나』가 5천원에서 5천5백원으로,둥지의『세상을 보는 지혜』가 4천2백원에서 4천8백원으로,삶과 함께의『꺼리』가 5천원에 서 5천5백원으로 10%이상씩 올랐다.
책값의 단가는 발행부수가 많아질수록 낮아지게 마련인데 베스트셀러가 한창 판매 도중에 값을 10%이상 올리는 것은 출판 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이같은 현상의 요인은 광고비 부담이다.
요즘의 베스트셀러는 대대적인 광고에 의해 만들어지고 계속적인광고가 뒤따라야 유지되는 경향이어서 많이 팔린다 해도 광고비를제하고 나면 출판사에 돌아가는 이익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 가격 인상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책값의 구성비를 보면 정가를 1백%로 보았을 때 종이값.조판.인쇄비 등의 직접제작비가 30%,저자 인세 10%,홍보.관리.운영.영업비등 간접비가 20%를 차지하고 있다.서점과 도매상에 넘기는 가격이 정가의 65~70%라는 점을 감 안하면 출판사에 돌아가는 몫은 정가의 5%안팎에 불과하다.
홍보.광고비는 간접비 20%중 5% 포인트를 차지하는게 정상이나 요즘의 베스트셀러는 광고비가 정가 대비 10%,혹은 20%를 상회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 광고비를 책값 인상으로 독자에게 전가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올해의 출판계는 소수의 베스트셀러를 제외한 나머지 책들은 거의 안팔리는 불황을 겪고 있기 때문에 이런 출판사들도덩달아 값을 올리지 않을 수 없다.
문예출판사의 전병석사장은 이와 관련,『우리나라의 책값은 설렁탕 두그릇 값에 못미치며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서도 절반 이하로그리 비싸다고 할 수 없다』면서『많이 팔리지 않더라도 좋은 책을 내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인상은 어쩔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그러나 원가상승요인을 독자에게 전가하기에 앞서 경영 합리화,특히 전근대적인 도서유통구조의 정비등이 이뤄져야 가격인상에명분이 서게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趙顯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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