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놈이란 무엇인가-신비의 염색체구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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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잉크방울을 물속에 떨어뜨리면 이내 사방으로 흩어져 퍼지게 된다.이처럼 자연계의 모든 물질은 최대한 무질서해지려는 자발적 경향을 가지며 이를 물리학에선「엔트로피(무질서도)최대의 법칙」이라 부른다.
그러나 이처럼 복잡하거나 질서정연한 것을 싫어하는 자연의 본성에 정면으로 맞선 존재가 바로 60조개 이상의 세포가 모여 이룬 인간의 몸이라고 과학자들은 지적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자연상태에서 단 1초라도 버티기 힘들 정도로 정교한 특성이 어떻게 대대손손 수백만년동안 어버이를 닮은자손의 형태로 전해지는가 하는 점이다.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슈뢰딩거는 이미 그의 저서『생명이란 무엇인가』에서 이러한 유전현상의 超안정성에 대해『물리학적으로 이같은 현상은 절대온도(영하 2백73도)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토로한 바 있다.서울大의대 徐廷瑄교수는『게놈이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염색체 한세트(인간의 경우 46개)를 의미한다』며『바로이것이 물리학자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던 수수께끼에 대한 열쇠』라고 설명했다.
생명의 본질은 신체의 주요부분을 구성하며 효소라는 형태로 각종 대사과정을 주관하는 단백질이란 물질이다.단백질은 다시 20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아미노산,즉 궁극적인 개체 자체의 구성물질을 합성하도록 지시하는 것이 바 로 게놈안에든 유전물질인 DNA라는 것이다.현미경으로 겨우 보일까 말까하는 세포의 핵안에는 모두 46개의 염색체가 들어있으며 이들은 총길이 1.5m,폭 20억분의1m라는 놀랄만큼 가늘고 긴 이중나선 구조의 DNA가 차곡차곡 쌓여있는 것이다.
이렇게 긴 인간의 DNA는 A.G.C.T라는 네종류의 염기가무려 30억개이상 모여 구성되며 그 배열순서에 따라「A-A-A」면「리신」식으로 3개의 염기가 하나의 아미노산을 합성하게 된다.결국 A.G.C.T라는 단지 네개의 벽돌이 서로 적절히 어우러져 인간의 키와 피부색은 물론 맹장의 위치,지능,심지어는「서부영화를 좋아한다」거나「김치를 잘 먹는다」는 식으로 그 사람의 성격과 입맛까지 관장하게 된다는 것이다.즉 게놈이란 총체적존재로서의 인간을 규정하는 거대한 조물주의 설계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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