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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변천 28년사 창간 그때부터 오늘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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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보통이다.베스트셀러는 그러나 한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사회의 거울이라고 할 수 있다.그때 그때의 정치.사회.문화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베스트셀러가 中央日報가 창간된 65년이래 어떤 판도를 형성해 왔는지 그 변천사를 추 적해 본다. 후반의 베스트셀러는 분야가 다양하고 독자층도 20대에서 50대에 이르기까지 폭이 넓었다는 특징을 보인다.
65년의 베스트셀러는『하늘을 보고 땅을 보고』『007시리즈』였다. 용공혐의로 교도소생활을 한 언론인 梁秀庭씨가 사형수들의뒷얘기를 담아 미문출판사에서 펴낸 『하늘을…』는 사형제도 폐지론이 대두되는등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며 1년동안 5만여부가 팔려나갔다.
풍년사에서 펴낸『007시리즈』는 영화『007위기일발』의 인기와 자체의 오락성등에 힘입어 한햇동안 30여만권이 팔리는 기록을 세웠으나 80여종의 중복.덤핑 서적이 시장을 어지럽혔다.
66년 문예출판사에서 재발간한 헤세의『데미안』이 독서계를 압도하면서 1년동안 5만부가 판매된 데에는 65년에 나온 田惠麟의 수필집『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에서『데미안』을 찬양한것이 결정적 작용을 했다.
『데미안』은 현재도 연간 5천부 이상이 팔리는 스테디셀러다.
67년엔 신태양사에서 펴낸 柳周鉉의『조선총독부』,중앙출판공사에서 나온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가 인기를 끌었다.
『조선총독부』는 일제 지배의 역사를 적당히 허구를 섞어 쓴 역사소설로 학계의 일제시대 청산작업이 시작되지 못했던 상황에서독자들의 민족의식을 일깨워주었다.
「대하소설」이란 명칭을 처음 사용한 이 책은 그해 2만질,10만부의 판매고를 올렸고 몇년 사이 10만질을 소화했다.
靑馬 柳致環이 시조시인 이영도에게 20년간 보낸 편지중 2백통을 가려 엮은『사랑하였으므로…』는 시인의 사생활과 관련해 유족.문인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으나 두사람의 관계에 관심을 가진독자들에게는 폭발적으로 읽혔으며 젊은 층에선 연 애편지의 교과서로 인기를 끌었다.
68년의 베스트셀러는 여류작가 鄭然喜씨가 문예사에서 출간한 『石女』였다.
남자의 동물적 속성과 인텔리 여성의 헛된 자존심이 가져온 불행을 그리고 있는 이 책은 주부.여대생등 여성 독자층에게 인기를 얻은 반면 남자들로부터『남자를 이렇게 파렴치한 동물로 묘사할 수 있는가』라는 항의편지가 날아들기도 했다.
부터 베스트셀러는 모든 세대를 포괄하는 대중성을 잃어버리고 독자층이 젊은 세대로 확연히 몰리는 특성을 보인다.
또 5만부 정도가 팔리면 베스트셀러로 꼽히던 60년대와 달리대부분 20만~30만부를 넘어가는등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국내소설이 주류를 이룬 70년대 베스트셀러는 애정물이 휩쓴 전반기와 산업화의 소외계층,인간의 구원등 무거운 주제를 주로 다룬 후반기로 나뉜다.
71년 문예출판사에서 나온 에릭 시걸의『러브 스토리』는 청춘남녀들에게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는 미안이란 말은 필요없는 거예요』라는 대사를 유행시키며 그해에만 10여만부가 팔렸다.
73년 예문관에서 나온 崔仁浩의『별들의 고향』,74년 민음사에서 나온 趙善作의『영자의 전성시대』가 잇따라 베스트셀러가 되면서「호스티스문학」이란 호칭이 생겨나기도 했다.
『별들의 고향』은 이듬해 영화화되면서 75년까지 40여만부가팔려나가는 대기록을 세웠다.한글세대 작가가 드디어 대형 베스트셀러 시대를 연 것이다.
조선일보에 연재될 당시부터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이 소설은 술집여성들이 너도나도 자신의 가명을「경아」로 고치는 유행을 빚기도 했다.
77년 민음사에서 나온 韓水山의 『부초』와 78년 문학과 지성사에서 나온 趙世熙의『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산업화의소외계층을 다뤘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 서커스단의 해체과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부초』는 산업화에밀려 사라져가는 집단의 비애와 아픔을 서사적으로 드러낸 작품성으로 한햇동안 10여만부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연작소설『난장이…』은 도시 빈민.대기업 노동자들의 현실을 작가 특유의 동화적 문체로 적나라하게 묘사,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 책은「난쏘공」이란 약칭으로 불리며 대학가에서 붐을 일으켜 6개월만에 10만부가 넘게 팔려나갔고 노동문제를 다루는 공무원들에게도 반드시 읽어야할 책으로 인식됐다.
미카엘 엔데의 성인동화『모모』는 70년대 후반을 지배한 무거운 베스트셀러 추세의 유일한 예외로 꼽히지만 말과 의사소통이 사회적으로 차단된 시대의 심리적 탈출구 역할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77년에 베스트셀러로 등장한 이 책은 한국판 모모로 영화화되고 가요로도 불리는등 인기를 누렸고 이를 모방한 1백여종의 온갖 철학적 우화집들이 나오는 기폭제가 됐다.
77년 李泳禧의『우상과 이성』(한길사),79년 『해방전후사의인식』(宋建鎬 등 공저.한길사)은 사회과학 논저가 그런대로 베스트셀러가 된 특이한 예로 꼽힌다.
79년에 나온『사람의 아들』『만다라』등 종교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8년째 계속되는 유신독재의 어두움 속에서 개인의 구원이라는 주제로 도피하고 싶은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도있다.민음사에서 펴낸 李文烈의『사람의 아들』은 교회의 타락상을적나라하게 지적한 5백장 분량의 액자소설이다.
인간의 구원이라는 무거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7개월동안 10판을 찍는 이변을 낳았고 87년엔 다시 장편으로 개작돼 지금도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파계승을 통해 기존 불교계를 비판한金聖東의『만다라』는 불교계의 거센 반발을 받으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소설은 6개월동안 10여만부,6년간 43만부가 팔린것으로 알려졌으나 출판사측에서 작가에게 13만5천부의 인세만 지급,출판사의 비도덕성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35면에 계속〉 베스트셀러란 양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책을뜻하며 내용의 질과는 별 상관이 없다.때로 질적으로 의미있는 것이 스테디셀러로 남는 경우도 있으나 대개 시류와 군중심리에 영합한「반짝셀러」로서 그것이 당대의 베스트셀러였다는 묘비명을 남기고 잊혀져 가는 것이(↗) ***80년대 의 베스트셀러는『어둠의 자식들』을 제외하면 모두 당대의 사회적 문제와는 관련없는 내용이다.
80년 현암사에서 펴낸『어둠의 자식들』은 사창가.교도소등 밑바닥 인생을 그쪽 세계의 언어로 그려낸 이동철(본명 이철용)의자서전을 작가 黃晳暎이 윤문해낸 책이다.
이철용은 그후『꼬방동네 사람들』『들어라 먹물들아』등을 펴내 이름을 날리고 국회에까지 진출한다.
81년 행림출판사에서 나온 金洪信의『인간시장』은 89년 20권으로 완간되면서 모두 3백만권이 팔려 공식적으로 한국 최초의밀리언셀러라는 평가를 받은 대중소설이다.
뛰어난 무술을 지닌 주인공 장총찬이 종횡무진 활약하며 온갖 사회악.비리를 쳐부순다는 이 현대판 무협지는 모두 4억원의 광고비를 투입,대대적 광고를 통해 단행본을 베스트셀러로 만드는 선례를 세웠다.상류층의 치부에 대한 폭로의 시원함 ,주인공의 초인적 활약이 억눌린 서민층의 불만을 대리로 발산시켜준 점등이성공요인으로 해석된다.
이 책은 후속편이 나올 때마다 매진돼 제5권부터는 아예 윤전기를 동원해 인쇄하는등 출판사상 유례없는 진기록을 세웠다.
『어둠의 자식들』『인간시장』은 모두 사회비리를 고발하고 난타하는 일종의 울분 토로의 방편으로 인기를 끈 것이었다.
84년 고려원에서 나온 鄭飛石의『소설 손자병법』은 출세 지상주의 시대에 처세술에 관심을 보인 대중심리와 맞아 떨어져 내리3년간 정상을 지켰다.
단행본 TV광고를 처음 시작하는 기록을 세운 이 책은 1백50여만부가 팔린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85년에 나온 김정빈의 仙道소설『丹』이 70여만부가 팔린 것은 대학가를 중심으로 벌어졌던「우리것 찾기 운동」과 함께 신비의 세계에 대한 관심을 대변한 것으로 해석된다.
87년에 나온 시인 서정윤의 시집『홀로서기』는「감상적인 3류연애시」라는 문단의 혹평에도 불구,청소년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홀로서기』는 올해까지 3권이 나와 우리나라 출판사상 시집 판매량 1위로 꼽히는 2백만부를 기록했다.이와 함께『홀로서기』는 80년대를 詩의 시대로 불리게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85년에 이해인 수녀가 쓴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분도출판사)는 소녀 취향의 서정시로 청소년 독자들을 사로잡았고 86년 도종환의『접시꽃 당신』은 질박한 전통정서로 1백여만부가 팔리는 인기를 얻었다.
89년 8월에 나온 金宇中 대우그룹 회장의『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김영사)는 발간 4개월만에 80만부,9개월만에 1백만부를 넘어 판매 속도면에서 독보적 기록을 세웠으나 이후 급속히 사그라졌다.
***90년대 의 베스트셀러는 대대적 광고를 동원해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작위적 인상이 짙으나 터졌다 하면 1백만부를 거뜬히 돌파하는 대형화 추세를 보였다.
90년에 나온 방송작가 故 이은성의『소설 동의보감』(창작과 비평사)은 許浚이 의술로 대성하기까지의 집념어린 일대기를 감동적으로 담고 있다.이 책은 2년여동안 계속 수위를 달리며 3백만부가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같은 해 장원에서 나온『배꼽』은 인도의 명상철학자 오쇼 라즈니시의 저작중 짧으면서도 쉽게 재미를 느낄수 있는 대목을 짜깁기한 책으로 91년 한햇동안 1백여만부가 팔려 상업출판의 대표로 꼽힌다.『소설 동의보감』『배꼽』이후 역사인물 소설류는 2백여종,철학우화집은 1백여종이 뒤따라 나오는 아류 출판이 붐을 이뤘다. 92년말에 나온 위기철의 아동용 논리학습 시리즈『반갑다 논리야』『논리야 놀자』『고맙다 논리야』는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서로 인식돼 현재까지 베스트셀러 목록 1위를 차지하며 1백50여만부가 팔리는 인기를 끌고 있다.단기 베스트셀러는 아 닐지라도 그에 육박하는 초스테디셀러로는 79년에 12권으로 나온 朴景利의『土地』가 1백50여만부,76년에 나온 黃晳暎의 『張吉山』(10권)이 2백60여만부,89년 10권으로 완간된 趙廷來의『태백산맥』이 2백여만부를 각각 기록하고 있 다.
이들 대하소설은 모두 예술성 높은 순수문학 작품들이다.
〈趙顯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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