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조치훈, 예상을 뒤엎은 KO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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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준결승 제1국
[제11보 (149~164)]
白.趙治勳 9단 黑.胡耀宇 7단

조치훈9단의 묘수가 번득이면서 후야오위7단은 잇따라 충격에 휩싸였다. 머릿속은 온통 하얗다. 눈앞의 모든 사물은 흐릿하다. 사력을 다해 머리를 쳐들어 앞을 보니 조치훈이란 사람이 묵묵히 판을 내려다보고 있다.

후야오위는 푹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머리는 뜨겁고 등줄기는 후줄근하다. 그러나 초읽는 소리가 급하게 뒤를 쫓는 바람에 관성적으로 149에 착수한다. 사실은 이 대목에서도 백이 조금만 실수하면 승부는 뒤바뀐다. 그러나 이미 신들린 듯 무아지경에 들어선 조치훈이다.

150으로 꽉 집고(흑의 수가 줄 변화의 여지를 없애는 효과가 있다) 152로 밀고나오는 수가 깨끗한 마무리다. 흑이 중앙의 백과 싸우려면 '참고도' 흑1로 단수하고 3으로 끊는 수뿐이다. 그러나 이 수상전은 흑1이 자충이어서 백6에 이르러 싱겁게 끝난다.

흑은 물론 A에 두어 미리 수를 늘려놓는 수단이 있지만 이것도 아무 도움이 안된다. 둔도(鈍刀:무딘 칼)란 별명의 후야오위. 그는 오늘 조치훈의 강렬한 인파이팅에 말려들어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틈도 없이 무너졌다.

153,155로 움직인 것은 죽음에 대한 확인 작업이다.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그는 최후를 확인하고 있다. 159 나가자 160으로 끼운 뒤 164로 막았다. 확실한 한수 부족. 흑이 모두 잡혔다. 후야오위는 조용히 사석을 판 위에 올려 놓았다. 준결승 3번기에서 예상을 뒤엎고 조치훈이 먼저 1승을 올렸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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