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서 반환 佛서 논란확산-미테랑 강행에 문화계 거센반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돼 있는 外奎章閣도서의 韓國 반환 문제가 프랑스정부내의 뜨거운 논란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논란의 주역은 프랑수아 미테랑대통령이 주인으로 있는 엘리제궁(대통령실)과 문화부(장관 자크 투봉).국립도서관등 3者로,르몽드.르 피가로등 프랑스 주요 일간지들은 3者간에 확대되고 있는 한국 古文書 파문을 잇따라 크게 보도,프랑스 국민들 사이에새로운 관심과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프랑스언론의 보도내용을 종합해 보면 外奎章閣도서 반환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곳은 엘리제궁이며,소장기관인 국립도서관측은 이에 결사반대하고 있고,문화부는 양자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처지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프랑스 고속전철(TGV)의 한국진출에 대한 답례로 정치적 차원에서 미테랑대통령은 고문서 반환을 訪韓선물로 결정했고,반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자신이 타고 갈 대통령특별기편에 外奎章閣도서중 두세권을 실어가 金泳三대통령에게 직접 전 달할 계획을마련했다.문화부를 통해 고문서의 특별기 탑재요청이 국립도서관측에 들어갔지만 도서관 책임자들이 움직이지 않자 訪韓 하루 전날에는 엘리제궁이 직접 나서기까지 했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한채 미테랑대통령은 특별기에 오른 것으 로 전해지고 있다.
미테랑대통령이 서울에 도착하던 지난 14일 파리에서 투봉문화부장관은 국립도서관의 東洋史料 담당책임자 두명을 불러 外奎章閣도서중 한 책을 서울로 가져가 보여만주고 다시 가지고 돌아온다는 조건으로 이들을 설득,이 두명의 책임사서를 고 문서 호송책임자로 이날 오후 서울행 비행기에 태우는데 결국 성공했다.이러한 과정을 거쳐 미테랑대통령은 訪韓 이틀째인 지난 15일 金대통령에게 이 책을 전달하는 극적인 장면을 가까스로 연출해 낼수있었다. 서울에 도착해 자신들이「속은 것」을 알게된 모니크 코헨.자크린느 상송등 두명의 책임사서는 이 책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눈물까지 흘리며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역부족이었고,빈 손으로 파리에 돌아온 이들은 도착 즉시 책임사서직을 스스로 내놓았다.이 사실이 알려지자 도서관 책임자들은 지난 17일 긴급회의를 열고『대통령의 선물로나 쓰라고 우리가 애써 고문서를 보관하고 있는 게 아니다』며 엘리제궁의 독단적 결정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한편,자신들을 기만한 문화부장 관 앞으로 강력한항의서한을 발송하는등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문화부측은 그쪽대로 자신들도 대통령실의 강요에 의해 어쩔수 없었다며 책임을 엘리제궁에 전가하면서 한국측이 요구하는 완전 반환이나 영구 대여는 결코 있을수 없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장기대여 형식을 통해 일시 반환하더라도 이는 양국간에 협정체결이 전제돼야 하는 문제로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현상황에서추가적 반환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프랑스국립도서관측이 고문서 반환에 반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선례를 남겨서는 안된다는 강박감 때문이다.
한국에 반환한 선례를 남겨 다른 나라들의 반환요구가 계속될 경우 무슨 수로 막겠느냐는 것.
프랑스가 대외침략 과정에서 약탈한 수많은 예술품을 소장하고 있는 루브르박물관등 프랑스내 박물관 관계자들도 같은 이유에서 국립도서관 관계자들의 입장에 적극 동조하고 있다.
모두 2백97책에 달하는 프랑스내 外奎章閣도서의 반환형식이 프랑스측이 주장하는 장기대여가 될지 한국이 주장하는 완전반환이나 영구대여가 될지는 앞으로 있을 양국실무자간의 협상에 달린 일이지만 이번 파문에 비춰 볼때 상당한 진통이 불 가피할 전망이다. [파리=裵明福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