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어보고… 뒤져보고… 뜯어보고/공항 「휴대품검색」 짜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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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입국자들 30분 기다리기도/외국인등 “너무 엄격하다” 항의/세관측 실명제이후 「건수올리기」 인상짙어
사정·실명제 여파로 가뜩이나 까다로운 김포세관을 비롯한 국제공항 세관검색이 더 엄격해짐에 따라 갖가지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모든 여행객에 대해 가방 등 휴대품을 일일이 열어보고 내용물을 속속들이 뒤지는 바람에 세관을 통과하는데만도 30∼40분씩 걸리기 일쑤이고 세관원들과 승강이가 잦아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관문에서부터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우려가 있다. 이같은 현상은 김포세관이 실명제 실시이후 특별단속대책위원회까지 만들어 밀수·외화밀반출사범 검거자에 대해 포상금지급과 인사상의 우대를 내걸고 있어 세관원들이 지나치게 건수올리기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오후 아시아나항공 211편으로 미국에서 유학중 일시귀국한 김모양(21)은 자신의 옷과 책 등이 든 가방 2개를 세관직원이 검색하면서 내용물을 흐트려뜨렸다며 원상복구를 요구,거세게 항의했다. 김양은 『가방안에 옷가지와 책만 들어있는데도 마치 밀수범 취급하며 샅샅이 뒤지고 부모님에게 드릴 선물을 포장지까지 찢는 바람에 차곡차곡 쌓아둔 내용물이 전부 흐트러졌다』고 울먹였다.
같은날 KAL001편으로 일본에서 대전 엑스포관람을 위해 입국한 영국인 로버트씨(57)는 『세관 통관하는데 30분을 줄서서 기다렸다』며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은 세관검사가 지나치게 까다로워 가뜩이나 오랜 여행에 피곤한 여행객들을 더욱 지치게 한다』고 불평했다.
공항관계자들은 『세관 검색은 밀수 우범자나 짐이 과다하게 많은 사람에 대해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단순 여행객들에 대해서는 간이 검사 등을 통해 가급적 간편하게 하는게 원칙』이라며 『현재 김포세관처럼 여행객들의 가방을 일일이 개장검사하는 것은 후진국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싱가포르·홍콩·일본 등 인근 경쟁국들이 가능한한 세관검사를 생략,국제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점을 감안할때 공항구조나 서비스에서 뒤지고 있는 김포공항을 비롯한 우리나라 국제공항도 경쟁력 제고를 위해 세관검색 등의 전면적 개선이 요구된다』며 『외국처럼 무작위 선별검색을 통해 신고를 제대로 하지않은 여행객에 대해 중과세하는 등의 제도도입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현재 김포세관은 비행기에서 내린 짐을 일단 X­레이 통과를 하고 여행자 휴대품에 대해서도 문형통과기를 지나면서 X­레이 검색을 실시,무기류나 마약류 등은 이중·삼중 검색을 실시하고 있는 실정에서 세관심사대를 지나면서 신원조회와 휴대품에 대해 개장검사를 재차 하고 있다.
세관검색이 강화된후 8월 한달동안 세관검사과정에서 유치된 여행객의 수화물은 7천7백40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고작 6%가 늘었을 뿐이다.<정재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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