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도 실명제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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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아르헨티나의 카를로스 메넴 대통령은 최근 대기업.졸부들이 해외로 도피시킨 자금을 추적해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내용의「아르헨티나版 금융실명제」를 전격 선언했다.이를 위해 메넴정부는 美國과 빠른 시일내에 세무협정을 맺기로 합의했으며 국 세청은 해외(주로 美國)에 밀반출된 자국재산이 수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탈세와 외화반출에 따른 과세.사법처리준비에 여념이 없다.
아르헨티나가 느닷없이(?)나라밖에 있는 재산규모를 파악하고 궁극적으로 이들 자산의 회수를 추진하는 의도는 고도의 정치적.
경제적 계산에 따른 것이다.지난 89년 알폰신대통령의 뒤를 이어 취임한 메넴대통령은 그간 꾸준히 국영기업의 민 영화및 세제개편,재정적자축소등 과감한 경제개혁으로 큰 인기를 모았다.이러한 상황에 고무된 메넴은 최근들어『2000년까지의 지속적인 발전』을 강조하며 개헌을 통한 연임의사를 공공연히 비추고 있다.
그러나 야당의 반발은 물론 지난달말 벨리스내무장관이 메넴의 야심에 항의하며 사임하는 일이 벌어졌으며 이달초 상원에서의 개헌표결도 집권 페론당내 의원들의 반발로 무기연기되는등 아르헨티나 정국은 혼미에 빠져들었다.
이에 메넴대통령은 난국타개와 실추된 인기만회를 위해 파격적인금융실명제를 구상하게 됐으며 궁극적으로 집권연장을 끌어낸다는 구상이다.
아르헨티나의 재산유출은 주로 군사독재와 살인적인 인플레에 시달리던 80년대초부터 10여년동안 지속됐다.
美정부도 그동안 막대한 금액의 국내유입을 반기며 아르헨티나 자산에 대해 세금을 감면해주는등 부정을 방조해왔다.그러나 양국간 세무협정이 정식조인되면 美國은 아르헨티나정부가 요청하는 국세청신고액과 소득자료등 납세자정보를 모두 넘겨줘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메넴정권의 노력이 얼마만큼 효력을 발휘하게 될지 확실치 않다.3년전에도 양국정부는 비밀리에 똑같은 협상을 추진했으나 이를 눈치챈 금융기관.대기업의 강력한 로비로 성사되지 못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아르헨티나의 실명제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기득권층의 반발을 어떻게 아우르며 무리없이 추진하느냐에 따라 그 성패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奉華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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