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고 잦은 중국경제 관료부패.인플레 초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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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中國이 권력부패와 인플레에 戰爭을 선포했다.
그러나 동전의 양면처럼 불가분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질긴 끈으로 얽혀있는 부패와 인플레라는 두 공룡은 中國정부의 안간힘에도아랑곳없이 더욱 흉포한 기세로 중국인민들을 짓밟고 있다.
중국정부는 「경제의 鬼才」라고 불리는 주룽지(朱鎔基)부총리를선봉장으로 내세워 거시경제지표를 조정,경기진정을 노리는 「宏觀調控」정책을 도입했으나 한번 끓어 넘치기 시작한 중국경제는 요지부동이다.
정부의 처방전이 듣지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경제의 과열과 인플레는 경제자체의 문제점에서 생긴 것이 아니라 부패한 권력을 母胎로 삼아 태어난 「私生兒」이기 때문이다. 권력부패와 인플레가 母子之間이라는 사실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 이른바 「長城사건」이다.
長城사건은 北京長城機電科學技術産業公司(長城공사)의 창설자인 선타이푸(沈太福)총재가 사기혐의로 구속된 사건이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지난해 5월 沈총재는 長城공사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省에너지.기계개발자금을 모집한다는 명목으로 연리 24%의 이례적인 고금리를 내세워 수개월만에 일반인들로부터 10억위안(한화 1백20억원)을 끌어모았다.
중국경제가 아무리 호경기라지만 長城공사가 이 정도의 高利를 감당할만한 영업이익을 올리기는 力不足일 수밖에 없었다.
자금조달 당시 금융감독권을 가진 중국인민은행이 이를 몰랐을리없는데도 인민은행은 올 3월6일에야 자금조달 방법이 위법이라는이유로 長城공사에 대해 자산동결조치를 내렸다.인민은행의 조사결과 長城공사의 올 3월 매상고는 6백만위안에 불과,이자지급분에도 못미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그럼에도 長城공사는 조달한 자금을 지점설치비와 유흥비로 모두 탕진해버렸다는 사실도 아울러 밝혀졌다. 결국 지난 3월31일 沈총재는 위조신분증을 가지고 국외도피를 하려다 북경공항에서 체포됐다.
그러나 長城사건의 파문은 일개 공사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長城공사는 퇴직관료들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근무하는 「퇴직관료들의 천국」이다.인민일보에 따르면 長城공사에 근무하는 관료출신 직원은 3월1일자로 모두 1천4백명이며 이 가운데 2백명이상이「長城사건」과 관련돼 있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실정이다. 인민일보.經濟일보.科學일보.북경방송국등 중국의 거대 언론기관들도 長城공사와 끈끈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리펑(李鵬)총리가 長城사건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4월말부터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춘 점,7월1일 개막된 제8기 全人大 상무위 2차회의에서 리구이셴(李貴鮮)인민은행장이 해임되고 朱부총리가 후임으로 지명된 점등은 長城사건의 뿌리가 權府 핵심에까지 뻗어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長城사건으로 엄청난 돈이 시중으로 풀려나가 인플레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권력부패가 인플레를 낳고 인플레가 더욱 부패한 권력을 낳는 과정을 살펴보면 중국 정치.경제의 모순이 선명하게 찍혀나온다.
중국정부는 92년7월 「기업경영전환조례」를 통해 국영기업을 단계적으로 민영화하고 경영상태가 나쁜 기업에 대해선 경영개선을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인원개선을 포함한 기구 합리화,노후설비 교체,감가상각 개념의도입,기술개발등을 의미하는 경영개선에는 엄청난 자금이 필요하다. 92년 2백40억위안의 재정적자를 낸 중국정부가 돈이 있을턱이 없었다.결국 경영개선을 위해선 은행융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문제는 시작된다.
금융기관과 국영기업 간부.정부관료들이 유착,시장원리는 도외시한채 멋대로 융자를 남발하고 그 과정에서 「검은 돈」을 챙겼다. 결국 돈은 돈대로 풀려나가 인플레는 가중되고 기업은 기업대로 여전히 부실상태를 면치 못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고위은행관리 90여명이 美貨 2백80억달러(한화 22조4천억원)를 국고에서 빼내 이중 1백억달러를 해외로 도피시킨 중국금융사상 최대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마침내 중국정부도 칼을 빼들지 않을 수 없었다.
黨中央紀律調査委員會를 중심으로 전국적인 反부정.부패운동을 벌여나가는 한편 위원회내에 「反부패 토론회」를 구성,부패의 근본원인과 대책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所得불균형 문제 장쩌민(江澤民)총서기도 중앙기율조사위원회에서 행한 「重要談話」를 통해 「부패사실이 드러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에 따라 엄정 처리하라」는 최고실력자 덩샤오핑(鄧小平)의 교시를 전달하면서 『黨政기관및 사법.경제관련부서부패사건 을 중점적으로 조사할 것』을 천명했다.
「新中國病」의 근원인 권력부패.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당내 기강을 확립하고 행정개혁을 단행하며 금융개혁.기업개혁.세제개혁이시급하다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또 중앙정부의 통제를 벗어나 투자과열을 부추기는 지방정부의 독주를 억제하는 일도 필요하며,성(省)별로 차이가 심한 소득수준(그림참조)을 평준화하는 것도 급선무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인 권력부패를 보다 근원적으로 몰아내려면 민주화를 포함한 근본적인 정치개혁이 필요하다.
중국정부가 해결해야할 과제는 분명하다.
舊蘇聯邦 붕괴이후 중국지도부가 갖고 있는 민주화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떨쳐버리고 정치민주화와 시장경제활성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왕성한 생명력과 잠재력을 감안하면 중국병 치료는 결코무망하지는 않다.
현재의 위기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鄧이후」의 중국운명이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陳世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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