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최진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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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근 MBC-TV 崔震溶PD(35)는 상복이 터졌다.제3국행을 택한 6.25 포로들의 뒷얘기를 추적한 6.25특집다큐멘터리『76인의 포로』로 사내 평가상을 받았고,방송위원회에 의해「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으로 선정된데 이어 지난 3 일 한국방송대상까지 수상했다.
그러나 그는『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담담히 말한다.지난해 좌절됐던 이 기획이 성사돼 이번에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에서도 그렇고,회사측이 다큐멘터리를『뉴스데스크』직후 황금시간대에 편성해준 점도 그렇다.
崔PD는 이 프로를 통해『최인훈의 소설「광장」에서 남북한 모두를 거부하고 제3국으로 향하다 인도양에 몸을 던지는 인민군 출신 포로 이명준의 원형을 검증해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가 한달간 인도.미국.아르헨티나.브라질을 돌며 직접 만난 석방포로들은 이명준처럼 좌우이데올로기 대립을 벗어나려 제3국행을 택했으나 대부분 전쟁의 후유증을 아직도 지니고 있었다.이들은 조국을 잊으려고 조국을 찾지 않은 것은 물론 2세에게 우리말을 가르치지도 않았다.정신이상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여럿 확인했다. 다음달 40년만에 조국을 방문하는 이들을 수행 취재,후속프로를 만들 예정이다.崔PD는 지난 5월 해외취재 도중 자신이 참여해온『인간시대』가 막을 내리는 「비운」을 당했다.
『「인간시대」가 시청률 경쟁에 밀려 폐지되는 것을 보면서 무력감을 느꼈습니다.좋은 프로라고 치켜세우는 사람들은 TV를 별로 보지 않고 정작 TV를 많이 보는 사람들은 재미를 찾아 채널을 돌리는게 현실인 것 같습니다.』 가끔 방송이 무엇을 할 수 있나 회의하기도 했다는 그는 모범생 타입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이번 수상이『마음을 다시 다잡는 계기가 되었다』며『전쟁다큐멘터리를 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서울대 사대 불어과 출신으로 85년 입사이후 『인간시대』『PD수첩』등을 연출해왔다.
〈郭漢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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