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시장/“우리의 목표는 독립국”(팔레스타인 현지를 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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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비포장도로 오물·악취 범벅/이군 툭하면 발포,감정악화
어제(6일)도 가자에서 17세짜리 팔레스타인 청년이 이스라엘군의 총에 맞아 숨졌다. 단지 군인들을 향해 돌을 던졌다고 1백m쯤 떨어진 건물 옥상에서 군인들이 총을 쏜 것이다. 이달 들어서만 두번째 희생이었다.
예루살렘에서 남서쪽으로 90㎞정도 떨어진 지중해연안에 길이 40㎞,폭 6.5∼14.5㎞의 띠처럼 생긴 가자지구는 다른 이스라엘 점령지와 마찬가지로 지난 67년 6일 전쟁때부터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다.
80여만명의 팔레스타인인이 몰려 있는 가자지구는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높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인구 35만명으로 지역 최대도시인 가지시는 우선 가기부터가 쉽지 않았다. 가자에 가본 적이 없다는 팔레스타인인 택시운전사는 25세의 건장하게 생긴 안내원을 소개했다.
가자에서 미장공으로 일하고 있다는 그는 주민들에게 하마스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의장 가운데 누구를 지지하느냐고 자꾸 캐묻지 말 것,이스라엘 군인은 절대로 사진 찍지 말것 등 몇가지 주의를 줬다. 조준하는 것으로 오해한 군인들이 총을 쓸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예루살렘에서 1시간30분쯤 달려 가자지구의 경계인 에레즈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는 흰색 번호판을 단 가자사람들의 택시로 바꿔타야 했다. 『노란색 이스라엘 번호판을 달고 들어가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 없다』는게 안내원의 설명이었다.
택시라야 자가용영업을 하는 30년쯤 돼보이는 푸조 404형으로 굴러가는게 신기한 고물이었다.
10㎞쯤 달리자 가자시가 나타났다. 쓰레기가 곳곳에 널려 있고 집집마다 낡고 조그마한 간판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음식냄새와 온갖 것이 뒤섞인 냄새가 코를 찔렀다. 좁은차도 위엔 자전거·마차·벤츠가 공존하고 있었고 포장 안된 보도엔 생선·과일·잡화 등을 파는 좌판이 빽빽이 늘어서 손님을 끌고 있었다.
『평화협상을 그저 그렇게 생각한다. 최상의 해결책은 완전 독립뿐이다.』 가자 중심가인 오마름 호다가에서 포목상을 하는 살림 위샤헤(45)는 이렇게 말했다.
이 지역 경제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찾은 팔레스타인은행 본점은 가자시 최대의 건물이자 가장 현대식 건물. 가자지구에서 유일한 이 은행은 지난 60년 순수 팔레스타인 「민족자본」으로 설립된 곳으로 가자지역에만 4개의 지점을 두고 있다.
살렘쇼와 은행장(63)은 약속도 없이 쳐들어온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거리를 봐라. 저게 가자경제의 전부다. 저축률이 매우 낮은 수준인데 가자­예리코 우선 자치안 소식이 전해진 후 그나마 인출사태를 빚고 있다. 달러화를 사기 위해서다.』 대충 이렇게 설명한 그는 외국의 경제적 지원만이 살 길이라고 몇번이고 강조했다.
시청을 찾아 막 퇴근하려던 가자시장대행 자카리아 미키박사(58)를 붙들었다.
그는 『우리의 최종 목표는 가자는 물론 동예루살렘·요르단강 서안까지를 포함한 독립국』이라면서 『가자주민들이 강경하게 된 것은 툭하면 총을 쏴대는 이스라엘군인들과 붕괴 직전인 이 지역의 경제사정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주민의 70% 이상이 현재 진행중인 평화협상을 지지한다고 했다.<유재식특파원 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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